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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체제 종식후 깊은 불황늪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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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체제 종식후 깊은 불황늪 허우적”

입력
199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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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방산업체 「살아남기」 몸부림/세계적 군축·국내 국방예산 축소로 「샌드위치 압박」/경쟁사 무기시스템 공동개발등 「전략적 동맹」 시도유럽의 거대 방위산업체들이 냉전체제 소멸이후 가중되고 있는 극심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업체간 「전략적 동맹」을 시도하는등 활로모색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유럽 방산업계의 위기는 특히 범유럽연합(EU)차원에서도 심각하게 검토되고 있어 앞으로 대책마련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U 회원국들의 군장비조달 예산은 지난 5년동안 평균 30%이상 감소했다. 영국은 베를린 장벽붕괴 이전 176억달러에 달했던 것이 지난해는 119억달러로 줄었고 독일은 전체 국방예산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프랑스도 최근들어 정부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군구조개편계획등을 추진하면서 방위예산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해외수주도 갈수록 줄어 대미수출의 경우 89년 총 114억달러에서 94년에는 105억달러로 감소했다. 동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수주가 늘고 있지 않다.

유럽최대 무기생산·수출국가인 프랑스의 방산업계는 94년 총매출액의 7%에 달하는 사상유례없는 11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프랑스내 방산업계 종사자는 최근 수년간 해마다 1만명이상씩 줄어들고 있다. 탱크와 대포등을 생산하는 프랑스 지아트사는 지난 2년간 3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다임러―벤츠 아에로스페이스(DASA)도 이와 사정이 비슷해 지난 5년간 총 16개의 사업장중 8개가 폐쇄됐으며 종업원수는 1만6,000명에서 1만명으로 감소했다.

이에따라 유럽 방산업체들이 생존책으로 적극 모색하고 있는 방안중의 하나가 역내 경쟁업체들과의 전략적 동맹이다. 세계시장을 겨냥해 필요에 따라 경쟁업체들간에 유사부문별로 사업을 통합, 무기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생산·판매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유럽 방산업체들이 이같은 전략적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특히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냉전후 군수산업에 불황이 닥치자 시장논리에 따라 방산업체들이 매수합병등을 통해 이합집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록히드사와 마틴 마리에타사가 95년초 합병, 초거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를 설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유럽은 이같은 매수합병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산업은 EU 단일시장으로 국가간 장벽이 거의 없지만 방산부문만큼은 아직도 회원국들의 민감한 정치적 논리와 안보상의 문제로 매수합병이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EU회원국들이 맺은 로마협약 223조는 자유경쟁과 매수합병의 대상에서 방위산업부문은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U의 정부들은 업체들이 찾아낸 이같은 전략적 동맹방식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유로파이터 2000」「유로콥터 타이거」「유로프리게이트」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은 총 190억달러를 들여 유로파이터 2000 전투기를 합작개발, 유럽지역내 본격 보급을 앞두고 있다. 이 전투기 개발제작에는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 독일의 DASA 등이 참여하고 있다. 당초 이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했다가 철회한 프랑스도 앞으로 합류할 계획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3개국은 94년 유로프리게이트 프로젝트에 착수, 113억달러를 들여 2002년까지 최첨단 순양함의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유로콥터 타이거」 프로젝트는 유럽 방산업체들의 전략적 동맹사례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사와 독일의 DASA사는 미국의 아파치헬기에 맞설 수 있는 탱크공격용 헬기를 공동제작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하에 양사의 헬기사업부문을 통합, 다임러 벤츠―아에로스파시알사를 설립했다. 양사는 앞으로 미사일과 인공위성 사업부문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들 3개 대형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사는 소총과 탄약 등을 생산하는 자회사인 로열 오드낸스사를 프랑스의 경쟁사인 지아트사와, 미사일사업은 프랑스의 마트라사와 각각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공동방위를 적극 주창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간에는 이미 40개의 공동방산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이같은 무기시스템의 공동개발·생산과 아울러 EU역내 군수장비조달시장을 통합하는 방안도 군수산업 회생책의 일환으로 거론되고 있다. 예컨대 유로피언 군수조달청 같은 기관을 EU산하에 신설해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군장비를 구입하거나 무기개발프로젝트를 추진,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93년 양국공동으로 이같은 기관을 설립키로 원칙적으로 합의,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도 이에 가세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EU국 합작개발 무기/차세대전투기 「유로파이터 2000」·탱크공격용 헬기 「유로콥터…」등

EU국가들이 이른바 전략적 동맹하에 합작 개발하고 있는 주요 무기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유로파이터 2000=첨단 전자장비와 강력한 지상공격 능력을 겸비한 차세대 1인승 전투기로 당초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5개국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립했으나 프랑스는 빠졌다.

독일의 다임러―벤츠 아에로스페이스(DASA),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 이탈리아의 카사, 스페인의 알레니아사가 엔진 동체 날개 등 부위별로 개발·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94년 첫 시험비행을 마친 이 전투기는 최근까지 600대가 발주됐다.

◇유로콥터 타이거=탱크공격용 헬리콥터로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아파치 헬기에 대항하기 위해 합작 개발이 추진됐다.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사와 독일의 다임러―벤츠사가 헬기사업부문을 통합, 다임러―벤츠―아에로스파시알이라는 회사를 신설, 이 헬기 생산에 나서고 있다. 91년 첫 모델이 개발됐으나 프랑스정부측이 본격적인 군보급을 미루고 있어 실전 보급이 아직까지 연기되고 있다.

◇유로프리게이트=어드밴스급 순양함인 유로프리게이트는 94년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3개국 정부가「프로젝트 호리전」이란 이름으로 공동개발에 나섰다. 대공미사일 등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게 될 이 순양함은 2002년말부터 본격적으로 취역하게 된다. 개발비용이 약 1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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