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트랜지스터 2,300개 분량 손톱 크기 집적/320만개 용량 펜티엄까지 성능 광속으로 향상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이 등장한 지 25년째 되던 71년 11월15일. 미 실리콘밸리의 조그만한 기업 인텔사는 「4004」로 불리는 이상한 칩을 발표했다. 16개의 핀(다리)이 달린 이 칩은 2,300개의 트랜지스터를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실리콘조각에 집적시킨 최초의 중앙처리장치(CPU)였다. 그 누구도 이 칩이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꿀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계산기의 칩으로 개발한 이 칩은 에니악과 비슷한 연산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의 펜티엄프로(P6)칩과 비교하면 장난감이나 다름없다. 데이터도 4비트단위로 움직였고 초당 명령어 처리속도도 0.06MIPS(1MIPS는 초당 100만개의 명령어 처리)로 펜티엄프로의 5,000분의 1에 불과했다. 칩의 회로선 폭(트랜지스터와 트랜지스터의 거리)도 10㎛(1㎛은 100만분의 1)로 머리카락 굵기의 320분의 1인 펜티엄프로의 회로선폭(0.32㎛)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가격도 개당 6만달러에 달해 경제성이 없어 곧 사장됐지만 대량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켜 복잡한 연산을 수행한다는 중앙처리장치의 개념은 그로부터 10여년후에 PC혁명을 촉발한다.
올해는 컴퓨터 탄생 50주년이자 중앙처리장치(CPU)탄생 25주년이다. 에니악이 탄생한 뒤 25년동안 전세계에는 모두 3만대의 컴퓨터가 보급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컴퓨터는 IBM, DEC사의 대형컴퓨터였고 국방 금융 등 특수목적에 활용됐다. 대형전산실에 근무하는 전문인력의 전유물이었던 컴퓨터를 일반 대중의 다목적 필수품으로 바꾼 계기는 바로 중앙처리장치의 탄생이었다.
4004칩을 개발했던 인텔사는 계속 8080(트랜지스터 9,000개·74년) 80286 (트랜지스터 1만3,400개·81년) 386(27만5,000개·85년) 486(120만개·89년) 펜티엄(320만개·92년)을 개발하며 컴퓨터의 속도를 광속으로 끌어올렸다. 인텔사의 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중앙처리장치는 18∼24개월동안 성능이 2배 빨라지고 가격은 2분의 1로 떨어진다』고 정식화하기도 했다.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고 가격은 크게 떨어지면서 CPU는 PC혁명을 주도했다. 현재 전세계에는 2억대가 넘는 PC가 보급돼 있으며 인텔사는 모토롤라 IBM 등이 개발한 파워PC칩의 공격을 무색케 하면서 연간매출 162억달러(약 12조원), 순수익은 36억달러(2조 7,000억원)를 올리는 반도체왕국이 되었다.
이제 인터넷붐을 타고 컴퓨터산업은 또 한번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미 오러클사가 개발한 네트워크컴퓨터(NC)용 중앙처리장치(코드명 허밍버드)개발을 검토중이다. 미 MIT 미디어연구소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CPU탄생 25주년을 기념하는 축하메시지에서 『중앙처리장치의 발전속도는 상식을 초월한다. 2000년에는 전세계 인터넷이용자가 10억명을 넘어설 것이고 중앙처리장치는 우리가 입는 옷과 안경에도 내장될 것이다』고 내다봤다.<황순현 기자>황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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