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10월 당시 전두환대통령의 버마 방문 정상외교가 아웅산 폭탄 테러사건(서석준 부총리 등 17명 사망, 14명 부상)으로 무참하게 좌절된 뒤부터 한국의 서남아시아 외교는 무관심 지대에 버려진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아웅산 테러사건 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동남아에 비하면 서남아는 우리 외교의 사각지대나 다름 없었다.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김영삼 대통령의 인도방문은 획기적인 정상외교의 발걸음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인도의 국가원수는 있었지만 인도를 방문한 한국 대통령은 일찍이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김대통령은 26일 저녁(한국시간) 뉴델리에서 나라시마 라오 인도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의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이제부터 실질적인 관계의 내실을 다지는 단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경협확대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인도의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대한 한국기업의 참여를 적극 지원하기로 하고 오는 2000년까지 양국 교역량을 50억달러, 상호 총 투자 규모를 30억달러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양국간의 교역량은 92년만 해도 9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작년말에는 19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인도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늘리기 위해 8차 5개년계획(92∼97년)에만 1천3백억달러를 투입한다는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기업의 적극 참여가 인도방문을 계기로 구체화된 것이다.
사실 이날 김대통령과 라오 총리간의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된 바와 같이 양국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협력함으로써 공동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즉 인도의 우수한 기초과학에 한국의 제조기술을 접목하고, 인도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양질의 노동력에 한국의 경영능력과 개발경험이 보태진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국과 인도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은 비단 경제 분야에서만 21세기의 새 실크 로드를 연 게 아니다. 정치적 외교적 관계 확산에도 적지않게 기여했다.
인도는 인구가 9억으로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 가는 대국이다. 국제정치적으로 볼 때 인도의 비중은 정말 무시할 수가 없다. 서남아에서 지역적으로 대표적 지위를 누리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1백10개 회원국을 거느린 비동맹회의 그룹의 맹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다.
비동맹 그룹도 이제는 냉전체제의 붕괴에 따라 과거의 정치성을 탈피하여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때문에 한국도 이틈새를 잘 활용한다면 비동맹 외교에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김대통령의 인도방문은 유리한 비동맹외교 고지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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