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반팔 여론 형성… 민심무마 고민/과격파회유 한계 「국정능력」 과시 딜레마팔레스타인 과격파가 9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 체결이후 최악의 폭탄테러를 감행, 이스라엘 국민과 팔레스타인인들의 평화의지를 시험하고 있다.
회교 과격단체인 하마스가 25일 일으킨 폭탄테러로 26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치자 이스라엘에서는 반정부·반팔레스타인 여론이 급속히 형성되고 있다. 사고발생 직후 테러현장을 방문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총리는 군중들로부터 「살인자」「집으로 돌아가라」는 야유를 받아야 했다.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페레스 총리는 악화한 국내여론을 의식,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무기한 봉쇄하고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잠정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응급조치로는 결코 테러공격을 종식시킬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역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그동안 하마스의 신문발행을 허가하는 등 과격파 포용정책을 꾸준히 펴왔다. 하마스측도 이에 화답해 온건파의 주도로 팔레스타인 자치평의회 선거에 참여, 의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1월중에 하마스의 폭탄제조 전문가가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의해 피살된 것을 계기로 하마스 강경파가 득세했고 급기야 평화협정 체결이후 최악의 폭탄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응징정책」으로는 과격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고 이러한 사실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부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페레스 총리 정부나 「국정수행능력」을 과시해야 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입장에서도 과격파를 응징하라는 야당의 공세와 국내여론을 무시하기 힘든 게 엄연한 현실이다. 회교 과격파가 노리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정부를 바로 이런 딜레마에 빠뜨린뒤 무리수를 두도록 유도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과격파의 도발이 먹혀들 지는 양측 국민들의 평화의지가 폭탄테러에도 견딜만큼 굳건한가에 달려있는 것 같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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