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기질 공격경영 선도/E마트열어 가격파괴돌풍 일으켜/국내백화점중 상해매장 첫 개설도국내 유통시장은 지금 전쟁중이다. 낯선 신업종이 기존 유통구조를 뒤흔들고 가격파괴가 보편화하는 가운데 외국업체는 물론 국내업체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어 혈전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권국주사장(51)은 이같은 유통대란을 촉발한 장본인(?)으로 꼽히는 경영인이다. 94년 경영기획실장에서 대표이사(부사장)에 전격발탁되자마자 할인점 E―마트를 열어 국내 유통시장에 가격파괴 바람을 몰고왔으며 최근에는 국내 백화점중 최초로 상해에 매장을 내는 등 공격적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을 보더라도 대형백화점은 이제 한계에 왔습니다. 생산기술 발전으로 품질이 어디서든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제는 업체가 고객을 찾아 파고들어야 합니다』
권사장은 이 때문에 앞으로 국내 유통시장은 할인점같은 신업종이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세계는 현재 백화점 6개와 할인점인 E―마트 4개, 프라이스클럽 1개를 운영중이다. 이중 백화점 2개와 할인점은 모두 권사장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권사장의 적극적 경영은 「전통적」 「보수적」이란 평가도 없지않았던 신세계의 면모를 일신하면서 조직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백화점―할인점 구조로 신세계가 어떤 지역에든 진출할수 있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권사장은 『유통시장개방으로 어떤 외국업체가 들어오더라도 자신있다』고 자부했다.
경남 창녕출신으로 마산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권사장은 69년 공채로 삼성그룹에 입사, 74년 신세계로 옮긴뒤 관리부장, 영등포점 초대점장, 상품매입본부장을 두루 거쳐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전형적 신세계맨. 그는 특히 90년 경영기획실장(전무) 당시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적 경영 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역량을 발휘, 사장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는 소유와 경영이 말뿐 아니라 실제로 분리운영되는 대표적 기업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권사장은 전문경영인이지만 신세계그룹의 유통부문 전체를 총괄하면서 오너 못지않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는 그는 잠을 자다가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할만큼 혼신을 다하고 있다. 바둑에서 돌 하나하나가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듯이 조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이른바 「바둑론」이 경영철학이다.
『새로 시작한 사업들이 모두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보람을 느낀다』는 권사장은 『지방화, 세계화 및 업태의 다양화를 모토로 삼아 세계적인 종합유통서비스그룹으로 도약해 나아갈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배정근 기자>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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