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걸린 승부처” 여야 총력대결/당 차별성 적고 정치불신 심화/“예측 못할 판세” 부동표가 좌우서울이 4·11 총선의 승부처이지만 정작 서울사람들은 말이 없다. 서울을 향한 각 정당의 열정은 뜨겁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기만하다. 대다수 시민들은 선거얘기만 나오면 『글쎄…』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선거가 아직 47일 남아있는데다 최근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에서도 그같은 냉기류를 읽을 수 있다.
편의적인 분석에서는 이런 현상이 정치불신으로 등식화한다. 지난해 6·27 지방선거때 서울시장선거의 투표율이 66.2%에 그쳤다는 점도 정치적 무관심의 뚜렷한 증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침묵이 단순히 정치혐오, 정치무관심의 한 단면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오히려 관심은 있지만 선택할 대상, 명분을 갖고있지 못해 지지의사를 유보하는 경향도 있다. 과거처럼 「민주 대 반민주」의 이분법 구도가 붕괴된데다 각 정당의 차별성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이나 국민회의가 모두 개혁을 주창하고있고 신한국당과 자민련이 보수논쟁을 벌이는등 여야의 경계선이 불분명하다. 더욱이 친여권성향으로 분류되던 충청표, TK(대구·경북)표가 자민련출범, 반YS정서로 여권에서 이탈하고 있고 야당성향의 호남표 일부도 국민회의와 민주당의 분열상황 앞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은 『서울은 지금 혼돈에 휩싸여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제1당 경쟁을 벌이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도 공식적으로는 승리를 장담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불확실성속에 서있다.
신한국당은 역사바로세우기와 개혁기조에다 이회창 전 총리의 영입 등으로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TK표, 충청표가 이탈한 엄연한 현실속에서 여론조사의 수치에 낙관만을 할 수가 없다.
국민회의는 『25%를 상회하는 고정표에 개인적으로 10%만을 추가하면 당선된다』며 겉으로는 30석 이상의 석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선거쟁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야당표가 분산된 현실에서 「+알파(추가득표)」를 거두기가 쉽지않다는데 국민회의의 고민이 있다. 민주당은 3김청산, 정치쇄신을 내걸고 바람전략을 구상하고 있지만 제2야당의 한계, 중량급 인물의 부족 등으로 기세가 주춤한 상태다. 자민련은 충청표, 보수표의 공략을 목표로 하고있지만 당세가 약한 현실을 극복하기가 쉽지않다.
역대 선거결과에서는 서울은 분명 야도였고 그중에서도 DJ(김대중총재)의 영향력이 강했다. 13대총선때 김총재의 평민당이 17석으로 민정당(10석), 민주당(10석), 공화당(3석), 무소속(2석)을 압도했다. 14대총선때도 민주당이 26석을 석권, 3당이 합당한 민자당(15석)을 눌렀다. 지역적으로는 서남부(관악·동작, 영등포, 구로), 동북부(도봉, 노원, 중랑, 성북)에서 야당의 우위구도가 형성돼왔다. 반면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에서는 여당선호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런 흐름은 87년 대선이후 견고해진 지역구도에서 비롯됐다.
서울시민들이 자신의 출신지역에 따라 정당을 선택, 호남출신의 밀집지역인 동북부와 서북부에서 「김대중정당」의 우세가 나타났고 영남출신, 충청권출신이 많은 강남권에서는 여당기류가 형성됐던 것이다.
문제는 4·11총선에서도 이 흐름이 재연될 수 있을지 여부이다. 이에대해 여러가지 엇갈리는 분석이 나오지만 대체적으로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육수준이 높은 시민들의 특성상, 세계적 추세인 변화를 선택하고싶어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또한 명분상으로는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청산해야 한다는 의식도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를 담아낼 정당이 누구냐』는 대목에서 판단의 혼란이 생기고 있고, 지역구도 청산의 명제도 현실적인 이해관계나 대안부재론에 걸려 방향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부동표가 적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 부동표가 여당의 세대교체, 변화논리에 지지를 보낼지 야당의 정권교체, 견제논리를 선택할지에 판세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