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근본변화 없다” 재확인/우회적 대미접근에 강력한 대응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에 앞서 잠정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의한데 대해 미국이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은 최근 북·미간 분위기로 볼 때 주목할 점이 적지않다.
북한은 이번 제안을 외교부대변인 담화라는 무게를 실어 발표했다. 또 이 제안에는 비무장지대 관리와 휴전선에서의 돌발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공동기구설치 등 미국의 구미를 당길만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무부는 니컬러스 번스대변인을 통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반응한 것이다.
번스대변인은 북한의 제의를 일축하는 이유로 ▲53년의 정전협정이 현재까지 유효하고 ▲한반도문제를 놓고 동맹국인 한국을 배제한 채 협상할 수 없음을 강조한 뒤 북한이 그동안 정전협정을 수없이 위반해왔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미국은 앞으로도 한국을 배제하고는 유사한 어떠한 협의도 북한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최근 북·미간에 있어 온 적지않은 대화들이 북한의 핵동결을 위한 북·미제네바협상의 결과에서 기인한 것이지 북·미관계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북·미간 관계개선은 미국이 제네바협상에 대한 국제적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간 관계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선 안된다』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미국의 이번 거부입장 표명은 북한이 최근의 북·미관계를 한반도내에서 자신들의 입지강화로 「오해」하고 이 기회에 북·미간 평화협상까지 시도해 보려는 데 대한 단호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으로서는 이번 대미제스처로 미국이 그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국제적으로 확인 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 됐다.
미국은 북한의 이번 제안이 실질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 보겠다는 의지에서 나왔다기 보다 북·미간 새로운 대화의 끈을 연결해보겠다는 속셈의 발로라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 평화협정을 우회적으로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번스대변인이 『유사한 어떠한 제의도 필요없다』고 강조, 북한에 명칭만 달리 포장해서 평화협정을 들먹이지 말 것을 충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워싱턴=정병진 파원>워싱턴=정병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