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뇌물챙기기 풍조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작년 여름 우리의 남해안 청정수역 황금어장을 결딴냈던 시 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로 삶터를 잃은 어민들과 양식업자들의 생계는 아직도 대책이 없이 막막하다. 그런데 그들을 보살피고 사고후유증을 수습할 책임이 있는 민선군수와 해양경찰서장 등 공직자들은 오히려 사고를 빌미로 줄줄이 거액을 챙겼다니 말이 되는가. 피해민들에겐 분통이 터질 일이요, 국민들에겐 배신감마저 안겨주는 공직타락의 극치라 할 만하다.이번 검찰에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된 뇌물받은 공직자는 모두 6명이나 되고, 이에 앞서 해경관계자 등 5명이 같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이미 구속되었는데다 지역구 출신 현역 국회의원마저도 현재 같은 혐의로 수사중에 있어 관련자가 모두 11명에 이른다니 어이가 없다.
공직타락이 이 지경에 이르고 보면 시 프린스호에 의한 당국의 피해액 집계(5백38억원)와 주민주장(3천억원)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과 아직도 피해보상협의가 끝나지 않은 것 등도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혐의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은 돈을 착복한 사실이 없고 방제작업에 동원된 인원의 특식비와 피복비에 사용했음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또 뇌물제공자인 (주)호유해운도 방제인원에 대한 위로, 급식비조로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박회사측이 수뢰자 모두에게 「잘 봐달라」며 돈을 주었고 사고발생 사흘만에 군수실로 찾아가 2천만원을 건네며 피해액을 줄여줄 것을 간청한 혐의로 미루어 뇌물제공으로 회사 손해액을 줄이려 했음이 차츰 분명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고의 엄정한 수습과 조사를 책임진 사람들이 사고 당사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은 설령 그 돈이 방제작업에 쓰여졌다 하더라도 결코 변명이 될 수 없다.
이와 아울러 보다 중요한 문제도 제기된다. 줄줄이 뇌물을 챙긴 기관장과 공직자들이 꾸미고 만든 사고 및 보상대책을 전면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 도청과 해경본부 등 차상급기관에서 직접 나서 피해민들의 손실과 충격을 하루 빨리 수습해 줄 책임이 있다.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시행되고서도 민선기관장 등이 이처럼 본분을 저버릴 때의 대책마련이 보다 중요해졌다.
그래서 기름유출과 같은 대형재난이나 돌발참사가 생겼을 경우의 신속한 방제·생계비보조 등을 위해서는 예비비지출 등에 있어 자치단체의 조례개정 등을 통한 합리적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그렇지 못할 때 관에 의한 협조비 요구 관행은 없어질 수가 없다. 수사비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함께 자치단체 및 수사당국의 빠른 수습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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