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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력지의 수준이하 보도/조재용 뉴욕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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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력지의 수준이하 보도/조재용 뉴욕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6.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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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영토분쟁은 당사국들에겐 매우 절실한 문제다. 국가주권에 직결된 문제이고 사정에 따라 국민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는 예민한 속성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제3자로서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알만한 상식이다. 편견과 편협은 절대 금물이다.미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유력지이다. 이 신문이 쌓아 올린 권위와 영향력이야말로 공정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최근 이 신문이 한·일간 최대현안인 독도 영유권 분쟁을 다루면서 그 명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신문은 16일 사설에서 독도분쟁을 「분노한 소인과 성숙한 거인의 싸움」으로 치부하더니 21일에는 보도기사를 통해 한국정부의 국내정략적 동기에서 문제가 비롯됐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두나라간 오랜 증오심의 표출」 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외교관과 분석가들이 「독도문제는 총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 기사는 이전의 사설과 어우러져 한국을 보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편향된 시각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이 신문의 편향된 한국관은 예전부터 눈에 띄어 왔다. 얼마전에는 한국공무원들을 「떡값」에 혈안이 된 사람들로 묘사하는가 하면 미국이 한국의 국방을 도와주는데도 한국정부가 미국무기를 사주지 않는다는 기사로 실소를 자아내게 한 적도 있다. 떡값기사에 대해 이 신문은 정정기사를 실어야 했다.

미국 유력지의 특파원들이 현장에서 송고해오는 한국관련 기사들을 보면 같은 특파원으로서 존경심이 일어날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볼 수 있다. 한국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아쉬운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 유수지의 경우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기사를 싣는 적은 드물다. 반면 이번 월 스트리트 저널의 독도기사들에 대한 독후감은 그 드문 경우에 속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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