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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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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메아리)

입력
1996.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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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와 일본대사관의 건물이 나란히 있다 보니, 최근에는 하루 한 번꼴로 시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전에는 주로 여성단체들이 정신대 문제로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일본대사관 앞에서 사과요구 시위를 하더니, 요즘은 거의 모든 시위대가 독도영유권을 주장한 일본정부의 억지를 규탄하고 있다.시위자는 다양하다. 경찰저지망을 뚫고 기습적으로 모여들어 항일구호를 힘차게 외치는 대학생들이 있고, 점잖게 걸어와서 일본을 꾸짖는 노인단체들도 있다. 입에 마스크를 쓴 중년층의 고요한 침묵시위가 있는가 하면, 자동차 경적을 집단적으로 울리는 「핸들가족」의 소란스런 항의도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녀들의 시위였다. 몇십명, 또는 몇백명의 수녀가 조용히 모여들어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노래, 부당함을 광정하려는 내용의 성가 등을 합창했다. 감정을 절제하고 정의실현을 희구하는, 평화롭고 고요한 목소리와 성스러운 울림이 중학동 일대를 정화시키고 감동시켰다.

PC통신에는 『독도에서 「열린 음악회」를 개최하자』는 제안도 많이 실리고 있다. 음악이 지닌, 평화적이지만 강력한 위력을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도가 작아서 이를 실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도 노래는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박인호 작사·작곡, 1983년)이 압권이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으로 시작되는 이 흥겹고도 당당한 노래는 독도의 위도와 경도, 기온, 강수량, 생태학적 지식 등을 가득히 전해 준다. 그 위에 독도가 우리 땅임을 명시한 <세종실록 지리지 50페이지 셋째줄> 의 사적인 근거들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노래는 올 9월부터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탐구」교과서에도 5절 전문이 수록된다.

90년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사업을 하는 정광태는 『일본인의 망언을 들으니 당장이라도 독도로 달려가 「독도는 우리 땅」을 목청껏 부르고 싶도록 분노가 치민다』고 전해 왔다. 이것은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작은 시도와 정성을 모아 크고 구체적인 힘으로 가꿔 가야 할 때이다.<박내부 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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