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화사한 봄 표정처럼 밝고 경쾌한 왈츠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때문에 해마다 오스트리아 빈의 「무직 페어라인 홀」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는 전통적으로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곡으로 꾸며진다.이 음악회는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 안방시청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됨으로써 음악을 즐기는 수준높은 선진문화시민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는 기분을 들뜨게 하는 화사한 선율과 몸을 들썩이게 하는 율동적인 리듬의 음악이다. 그런데 정작 왈츠풍년을 낳은 것은 전쟁이었다. 1866년 비스마르크의 도발로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는 전쟁을 벌여야 했고 그 결과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의 압제 아래 놓이게 된다. 자연히 명랑하던 빈 시민들의 표정은 얼어붙게 됐는데 이 때 탄생한 곡이 그 유명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인 것이다.
빈 남성합창협회가 노랫말이 붙은 왈츠를 슈트라우스에게 위촉해 만들어진 이 곡은 초연에 실패했지만 바로 이어진 파리만국박람회에서 재공연됨으로써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봄의 소리 왈츠」도 극장 초연 때에는 당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비안키 비안카라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노래했지만 요즘은 주로 관현악곡으로 연주된다.
춤을 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주회용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대개의 왈츠나 폴카가 무도회용 실용음악인 것과 다르다 하겠다.
같은 왈츠작곡가였던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넘어 왈츠전성시대를 구가한 그의 작품은 「빈 숲속의 이야기」 「남국의 장미」 「황제」등 왈츠 뿐만 아니라 재치와 기지가 번뜩이는 폴카 「천둥과 번개」 「피치카토 폴카」등 480여곡에 이른다. 작곡가를 나라의 자존심으로 여길 줄 아는 오스트리아인들은 슈트라우스의 명예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삭막한 도심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는 왈츠야말로 찌든 현대인의 감성에 파릇파릇한 새싹을 돋게 할 것이다. 25년동안 빈 신년음악회를 지휘했던 바이올리니스트겸 명지휘자 빌리 보스코프스키의 「봄의 소리」 왈츠를 들으며 봄의 환희와 행복에 미감 충족한 꿈을 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시냇가의 이름 모를 꽃들, 눈 시린 창공을 나는 새, 물 오른 잎사귀에 속삭이는 물소리… 어느 시인이 봄은 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최대의 위안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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