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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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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혁이 한창이던 60년대말. 홍콩에서는 거의 매일밤 육·해·공군의 합동작전이 펼쳐졌다. 야음을 틈타 들어오는 「중공난민체포작전」이었다. ◆대륙과 연결된 신계지야산과 인근해상에 조명탄이 밝혀지고 총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하루 평균 3백여명이 산을 타고 오거나 소형 목선으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심할 때는 3천명의 군·경이 동원되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모두가 굶주림에 지쳐 탈출해 온 사람들이었고 한때는 베트남난민까지 가세해 가장 큰 사회불안요인이자 정부의 중요한 시책이기도 했다. ◆경비가 강화되자 다음엔 개별도강이 성행했고, 하루 두번씩 왕래하는 대륙―구룡간의 식품수송열차편이 탈출난민의 「발」이 됐다. 화물에 끼여 숨거나 차량밑에 붙어 경계선을 넘는 순간 뛰어내리다 사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유입에 성공하면 이번엔 선상족 틈에 은신하다가 밤이 되면 나가 주민증, 현금을 빼앗는 등 강도로 돌변해 사회불안을 가중시켰다. ◆당국이 난민은신처봉쇄, 해상오염방지, 시민복지 등을 내세워 영구임대 아파트를 짓고 선상족의 이주를 유도했지만 체질을 이유로 거부해 결국 살림집(배)에 전기·전화·가스를 공급하고 통·반까지 조직해 방범체제를 구축한 것은 그로부터 10년뒤의 일.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없었으면 홍콩의 치안이 엉망이 되었을 것이라는게 시민들의 말이다. ◆최근 북한 내부의 불안가중조짐이 전해지자 탈북자 대량유입에 대비한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다수의 동시유입을 가상해 보면 우선 사회 치안의 혼란부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홍콩의 역사는 이러한 문제가 결코 간단치 않을 뿐더러 치밀하고 꾸준한 대비가 필요함을 잘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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