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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밖 일처리로 “신뢰 먹칠”/한은 9억 인출사기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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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밖 일처리로 “신뢰 먹칠”/한은 9억 인출사기 문제점

입력
1996.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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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엉터리 주민등록번호 실명확인 무시/평소 인출액 1∼3억불구 전혀 의심안해/수표 도난 대동은도 사고발생때까지 몰라/폐쇄회로TV조차 낡아 “판독불가” 판정지난 17일의 한국은행구미출장소 거액사기인출사건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평소 관리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범인들의 수법은 지극히 단순해 한국은행측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업무관리만 이루어졌어도 충분히 막을수 있었다. 범인들은 17일 정오께 대동은행구미지점 직원을 사칭, 한국은행 구미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은행의 지불준비금이 부족해 곧 인출하러 가겠으니 현금을 준비해 달라』고 한뒤 1시간뒤 훔친 수표를 제시하고 간단하게 9억원을 인출해갔다. 이 과정에서 은행측은 최소한의 확인작업도 하지 않은것은 물론 범인들에게 단 한마디의 질문조차 없이 고스란히 돈을 내주었다.

먼저 지불준비금인출은 통상 은행들이 하루전날 결산때 다음날 필요한 액수를 한국은행측에 통보하고 당일 상오 9∼10시께 이뤄진다. 더구나 당일 상오9시30분께 대동은행 구미지점측에 이미 이날 필요한 지불준비금 1억6천만원을 인출해준 바 있어 하오에 또다시 같은 지점의 지불준비금 요구에 응한 것 자체가 상식밖의 일이라는 것이 대부분 은행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대동은행구미지점이 인출받아간 지불준비금이 통상 1억∼3억원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볼때 9억원을 안면도 없는 범인들에게 내줬다는 것도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다.

은행측에서 평소 소액거래자들에게도 당연히 하는 기본적인 확인절차만 거쳤어도 범행은 불가능했다. 범인들이 수표에 『이정수』라는 가명과 함께 엉터리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했는데도 실명확인을 하지 않았다. 수표를 등록원부와 대조만해도 고무인과 지점장 직인, 사인등의 위조를 손쉽게 확인할수 있었다. 또 문제의 백지수표는 절취선에 간인이 찍혀있지 않았는데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고 수표인감대조란에 담당대리의 확인직인의 날인과정도 생략한채 선뜻 돈을 내주었다.

시중은행의 관리불감증도 이에 못지않다. 대동은행구미지점은 95년 11월17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인수한 백지수표 1백장중 문제의 1장의 도난사실을 사고발생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백지수표는 규정상 일일 결산때 담당차장이 확인토록 돼있다.

낡은 폐쇄회로TV설비도 문제. 한국은행 구미출장소의 객장 폐쇄회로TV에 잡힌 범인의 모습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판독불가」판정을 내려 사건해결에 아무런 구실을 못하게 됐다.

결국 이번 사건은 최근 잇따른 대형금융사고에도 불구, 구태의연한 은행의 관리체계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은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구미=유명상·이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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