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주름잡는 정보통신·뉴미디어업계의 거물들이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미국 컴퓨터업계 2위이자 실리콘밸리신화의 주역인 휴렛 팩커드사의 루이스 플랫회장, 중형컴퓨터로 명성높은 썬마이크 로시스템즈사의 에드워드 젠더사장, 세계 인터넷시장을 석권한 넷스케이프사의 제임스 클라크회장 등 3명이 잇달아 찾아와 한국의 정보시장을 유심히 탐색하고 갔다.국내기업이나 자회사 등의 초청형식으로 온 이들 미국인들의 행보가 한국진출을 노린 야심적인 수출전략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는 6∼7월에는 「컴퓨터의 황제」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다시 방한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한국은 정보통신업계 「제후」들이 벌이는 「정보전국시대」의 각축장이 될 모양이다.
미국유수의 정보통신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의 초점을 정보화사회의 핵심인 인터넷에 맞춰 상호 연계해 거대한 시장전략을 짜고 있다. 이들의 뒤에는 앨 고어 부통령을 정점으로 정보고속도로를 추진하는 미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숨어 있다.
얼마전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한글과 컴퓨터사장 이찬진씨가 여권의 「발탁」으로 정치권으로 들어가 화제가 됐다. 일찍이 서울공대재학시절 한글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해 우리사회의 정보화를 앞당기는데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미국의 정보산업계 거물들이 한국시장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금 우리의 젊은 「빌 게이츠」는 외국 소프트웨어업체와의 대판 승부를 앞두고 정치판으로 빨려들어갔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래서 국익의 손익계산은 결과가 뻔하다.
지난날 타의에 의해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아 결국에는 설땅을 찾지못하고 유랑하다 인생이 망가진 많은 지식인들을 기억한다. 특히 부가가치가 월등한 과학기술계의 인재들이 그러할 경우 그 손실은 너무나 크다. 개인의 창의성·전문성보다는 집합주의의 규율과 조직윤리가 중시되는 지금의 정치판에서 이들은 보호될 수가 없다. 외국의 정보산업과 첨단기술이 밀물처럼 쏟아져들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미래의 산업을 육성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려는 보다 진지한 의지와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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