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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유연해야 기업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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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유연해야 기업이 산다”

입력
1996.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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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시대 살아남기” 기업문화 달라져/충성·권위보다 창의력·자율·개성 중요시/해외유학·컨디션알림제 등 “활력불어넣기”/세대교체·공격경영 그룹 특히 두드러져K상사 정모과장(36)은 요즘 미국대학의 입학허가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3개월여동안 MBA과정에 필요한 GMAT, 토플등을 치르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빴던 그로서는 모처럼 여유를 찾은 셈이다. 물론 회사를 그만두려는 것은 아니다. 전문인재양성을 위해 회사측이 경비 일체를 부담하는 유학대상자로 선발된데 따른 것이다.

H그룹 주임 이모씨(28)는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면 컴퓨터 상단에 「레드카드」를 내건다. 입사 4년차에 불과하지만 한 사무실에 근무하는 이사조차도 그를 부드럽게 대한다. 작년 11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컨디션알림카드제」덕분이다. 기분이 최상이거나 그저 그럴때는 「그린」, 「옐로」 카드를 이용한다.

이처럼 조직의 부속품쯤으로 간주되던 사원들이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되면서 기업문화가 부드러워지고 있다. 맹목적인 충성보다는 창의력이, 권위보다는 자율과 개성이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이 유연해야 무한경쟁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데다 권위를 강조하기에는 사회가 너무 다양해진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팀제와 연봉제 도입, 능력위주의 발탁인사등 조직과 인사혁신을 단행한 주요그룹들은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 방법은 사원들의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각종 연수제도와 개방적이고 평등한 사내분위기 활성책등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코오롱그룹은 작년 연세대등과 제휴, 사내 MBA과정을 운영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해외 MBA과정을 신설해 사원들이 대학을 선정토록 하고 경비를 지원한다. 삼성 현대 LG등 주요그룹들은 국내외 연수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사회봉사활동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거나 입사시험에서 필기시험을 폐지하는등 소위 「인성」위주의 선발과 평가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벽허물기운동」을 전개, 사무실을 개방형구조로 바꿨고 임원방에 있던 소파도 공동으로 사용한다. 게다가 회장과의 핫라인인 「한빛」을 통해 직급에 관계없이 문제점이나 개선책을 제안할 수 있다. 임원과 사원들이 격의없이 어울리는 「멜트인(MELT IN)행사」(LG전자), 하루 1시간동안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도 받지 않는 「터치 제로 타임(Touch Zero Time)제」(코오롱상사), 칭찬을 독려하는 「한사랑메아리운동」(삼성전관), 「듣기 좋은 말 하기운동」 (대우)등은 커뮤니케이션의 장애를 없애고 상호존중의 풍토를 만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활성책은 최근 총수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거나 공격경영을 표방하는 그룹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내 언로가 트여야 아이디어발굴이 쉽고, 이를 곧바로 경영에 활용할 수 있다』며 『그것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말했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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