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언급없이 「최고지도부」 지칭/통일원 “중대상황 아니나 동향주시”북한은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씨 일행의 서방탈출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지 3일만인 15일 중앙통신을 통해 공식 반응을 보였다. 중앙통신은 성씨 일행의 서방탈출 사건을 한국측의 모략비방이라고 매도하면서 「단호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중앙통신은 「대단히 악랄하게 헐뜯는 전대미문의 대죄」 「우리의 보복은 무자비하고도 철저한 것」이라는 등 초강경 용어를 구사해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대단히 화가 난 입장」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김정일과 성씨의 이름은 일체 언급하지 않은채 막연하게「우리 최고지도부」라고만 지칭했다. 이는 이번 사건으로 김정일의 정통성과 대외 이미지가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수 없었겠지만 대신 반응의 강도가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북한의 반응은 의례적이긴 하나 용어구사는 이례적으로 강경하다』며 『북한 강경파의 동향에 주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부에서도 성씨 문제에 대해 북한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씨가 김정일의 여인이었던 만큼 북한이 이 문제에 관해 입장표명을 하기에는 다소 껄끄럽고 내부합의를 거치는데도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성씨 일행의 서방탈출을 공식적으로 언급할 경우 스스로 북한체제가 지도층부터 붕괴되고 있다는 인식을 외부에 심어줄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영어 불어 등 외국어로만 작성되는 해외타전용 중앙통신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평양의 러시아대사관 총격 사건도 북한이 내부문제로 여기고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일원은 북한의 태도와 관련, 이 문제가 남북 관계에 중대변수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다소 영향은 끼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중앙통신 보도 내용은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이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등의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당장 보복조치가 이뤄진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원은 최근 북한이 군부의 강경반응을 이유로 쌀지원 거부 의사를 밝혔고 지난달 31일 중앙통신이 김용순당비서의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비정상적인 사건은 무력분쟁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발언을 보도한 바 있어 북한동향의 이상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김병찬기자>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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