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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 탈출·러 대사관 총격사건 등 돌발/김정일 “우울한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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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 탈출·러 대사관 총격사건 등 돌발/김정일 “우울한 생일”

입력
199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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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54회… 북 「최대명절」서 최악으로/예정된 행사 진행·휴일 불구 “뒤숭숭”북한이 최대의 명절로 섬기는 김정일의 54회 생일(16일)은 이틀전인 14일 발생한 평양 러시아대사관 총격사건 등 일련의 돌발사태로 최악의 명절이 돼버렸다.

북한은 지난해 「민족최대의 명절」로 격상된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1월13일 「정일봉 답사행군」을 시발로 하여 체육대회 전시회 토론회 등 각종 대내외 행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김정일생일 축하분위기가 조성되던 그 무렵부터 공교롭게도 잠비아주재대사관 직원의 귀순,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씨 일행의 서방 탈출, 러시아대사관 총격사건 등이 계속 터져버렸다.

이같은 내우외환은 생일을 맞은 김정일이나 북한 지도부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식량부족에 돌발사태까지 겹쳐 생일경축 분위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며 『주민 통제가 더욱 강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김정일이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국경감시 등 물리적 조치와 사상학습강화 정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성씨 일행의 서방탈출과 관련해 입장표명을 유보해오다 15일 처음으로 해외용인 중앙통신을 통해 『남조선이 우리 최고지도부를 헐뜯는 전대미문의 대죄를 저질렀다』고 비방했는데 김정일과 성씨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김정일의 생일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가족과 관련된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에는 입장이 곤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계속되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생일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해 16일에는 대부분 주민들이 휴일을 보냈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은 김정일의 생일 하루전인 15일 부주석 박성철, 인민무력부장 최광 등 고위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정일 생일 「경축중앙보고대회」를 열고 『최고사령관(김정일)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그것을 무조건 집행하는 체제와 군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김정일의 생일에는 예전에 비해 「전국노동자 예술소조 경연대회」(1월31일), 「백두산상 시급기관 일꾼 체육대회」(2월1일), 「정일봉상·장자산상 청소년학생빙상경기대회」(1월15∼29일) 등이 추가됐다.

해외에서는 파키스탄 짐바브웨 등 30여개국에서 「경축위원회」가 구성돼 각종 집회와 기념강연회, 영화감상회 등이 개최됐다. 이밖에 9일에는 군고위 간부와 군관들이 「김정일 위대성에 대한 인민무력부 발표회」를 가졌다. 13일 백두산 밀영에서는 「일심단결, 혼연일체」라고 쓰인 깃발을 낙하산에 매달아 투하하기도 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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