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정당한 재판 등 요구않고 신병넘겨줘/북설득 등 적법절차무시 독재국가 확인북한 보위부원 조명길 하사의 망명기도사건은 사건 발생 25시간만에 조하사의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조하사가 죽음에 이른 과정을 살펴 볼 때 그것이 자살이냐 사살이냐와는 관계없이 북한은 물론 러시아도 국제적인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매우 곤혹스런 형편에 빠졌었다. 만약 망명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러시아와 북한간의 외교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망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조하사의 신병을 안전하게 보호해 북한 밖으로 내보낼 방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사관저에 조하사를 계속 보호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으나 이는 양국관계를 폭발시킬 수 있는 「뇌관」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해결책에서 배제 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는 이같은 이유등으로 조명길하사의 망명의사를 확인하기는 했으나 북한측의 강력한 신병인도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측의 고민을 덜어 준 것은 57년에 체결된 범인인도 협정이었다. 이 범인인도협정에는 「범법자」를 주재국에 넘겨 주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조하사는 러시아 대사관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북한 경비원 3명을 사살했다. 이는 러시아가 조하사의 신병을 인도하는 구실을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모두 감안한다 해도 러시아는 조하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조하사가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것이 사실인 이상 러시아는 관련국제기구등에 이번 사건의 처리문제등을 논의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였을 것이다. 조하사의 신병을 북한측에 넘기기전에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북한측의 약속을 받아 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북한도 이 사건으로 인권이나 법을 무시하고 있는 독재국가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에 회부하려는 노력이나 조하사를 설득하려는 시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이번 사건으로 얼마나 당황했었는지를 알려주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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