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움직임없이 표면상으론 평온성혜림씨(59)의 서방 탈출사건이 표면화한지 이틀이 지나도록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주위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대사관 직원들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성씨의 감시인겸 경호원으로 알려진 최준덕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의 동향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 이름이 「최용호」인 그는 김정일과 함께 김일성 종합대학을 나와 현재 김정일 서기실(비서실)의 2인자이며 사석에서는 김정일과 서로 반말을 할만큼 러시아 주재 대사도 함부로 손못대는 김정일의 분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13일 상오 10시께 성씨가 거주하던 바빌로바가 85번지 아파트를 나간 뒤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의 행방은 2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대사관의 소환가능성이다. 최는 김정일의 현처인 고영희의 견제를 받아 성씨 탈북전에 이미 북한당국으로부터 소환명령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관측은 북한으로부터 소환명령에 불안을 느낀 그가 성씨와 함께 동반탈출했을 가능성이다. 모스크바의 한 외교소식통은 『성씨의 서방탈출은 최의 협조나 묵인없이는 힘들기 때문에 최가 성씨와 함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의 아들을 낳은 성씨가 북한대사관의 감시대상 인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조자 없이는 모스크바에서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이같은 분석 배경이다.
이에 앞서 북한대사관측은 13일부터 교환전화 한대만 열어 놓은 채 직통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으며 교환담당 여직원들은 『담당자가 없다』며 전화연결을 거부했다. 이들은 성씨 탈출사건에 대해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북한대사관의 윤명진 정부담당 참사관은 13일 러시아 언론에 성씨의 탈출사실을 부인했다. 윤참사관은 이타르통신과의 회견에서 『성혜림망명 보도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사건 자체가 완전히 조작된 이야기이자 기만전술』이라고 주장했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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