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망 어떻게 뚫었나/서울과 자유롭게 전화/오빠와 모스크바 만남/“북측 성씨 과신·감시인력 자금 부족” 분석/“정보가치 적다” 판단 감시해제 했을수도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씨 일행이 북한의 감시망을 피해 어떻게 모스크바를 탈출했는지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다.
북한당국은 체제붕괴 위험을 막기 위해 해외 거주 주요인사들에 대해 철저한 감시활동을 벌여왔다는 것이 대부분 귀순자들의 증언이다. 그러면 성씨 일행이 어떻게 감시망을 뚫었는지, 혹은 북한당국이 아예 감시조차 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의 대상이다.
모스크바에서 성씨와 같이 살았던 언니 혜랑씨는 서울에 귀순해 살고 있는 아들 이한영씨와 지난해 10월 자유롭게 국제전화를 했고 이어 12월에는 6·25 때 전향해 서울에 살고 있는 오빠 성일기씨와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이들의 접촉과정에서 북한당국의 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들과 성씨 등과의 접촉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것은 성씨 등을 지나치게 믿었거나 아니면 감시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9월 귀순한 인민무력부 대외사업국부부장 출신의 최주활씨(47)는 이에 관해 『성혜림씨정도 되면 주요 감시대상』이라며 『그러나 도청, 미행 등 감시 비용과 인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난으로 미뤄 실질적인 활동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성씨는 아이까지 낳은 김정일의 여인이었던만큼 「감시대상」이라기 보다는 「보호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성씨 일행은 오랫동안 모스크바에 살아서 웬만한 행동으로는 의심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또다른 당국자는 『성씨는 「지나간 한 때의 여인」으로 정보가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감시해제」상태에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성씨 일행은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스위스의 별장으로 가는 것처럼 위장해 탈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과정에서 우리측이 어느정도 정보를 가졌고 간여했느냐도 관심의 초점이다. 정보당국은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현재까지 「개입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사전인지설」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성씨 일행의 여행이나 쇼핑활동이 우리측 정보당국에 노출돼 있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병찬기자>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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