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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인사의 자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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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인사의 자정(사설)

입력
1996.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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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은 은행들의 정기인사계절이다. 올해도 2월말께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의 인사를 둘러싸고 관련 임직원의 인사청탁운동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번에 전국 25개 일반은행과 4개 국책은행의 임원 가운데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은 모두 68명, 이중 일반은행은 은행장 3명을 포함 53명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임기만료되는 교체대상임원이 상대적으로 크게 감축된 편이다. 그렇다고 퇴진, 유임, 승진 등의 인사폭이 적은 것이 아니어서 줄대기에서부터 투서·모함 등 음해에 이르기까지 온갖 고질적인 인사운동행태가 물밑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인사운동작태는 악명높았던 것으로 93년 2월 문민정부의 발족을 전후하여 개혁의 기풍에 눌려 동면하는 듯했으나 그것도 잠시고 요즘에는 다시 내놓고 준동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나웅배경제담당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금융기관임원인사를 앞두고 인사청탁과 음해성 투서 등 구시대적 관행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향후 정실인사 등의 사례가 발견될 경우 금융기관장 등 관계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하라』고 특별지시했다. 대통령의 특별경고가 나온 것을 보면 금융기관의 뿌리 깊은 파행적인 인사병폐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사태다. 우리는 이제 금융기관이 자정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심각하게 검토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금융기관이 스스로 올바른 인사기풍을 확립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금융기관의 인사기강이 바로 세워져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바로 우리나라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들의 인사가 지연·혈연·학연·권력 등 정실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륜·섭외력·통솔력 등 종합적 능력에 의해서 좌우돼야 하는 것이다.

우선 금융기관 임원들 자신들이 올바른 인사전통의 확립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사실상 자정노력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면 문제가 어디 있는지 금융기관 자신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을 감독하고 있는 은행감독원과 재정경제원이 함께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은행장 등 임원들이 독자적 자율경영을 할 수 있게 금융경영환경을 개선시켜 주고 궁극적으로는 은행의 주인찾아주기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소유와 경영권이 불분명하고 관치금융의 성격이 강하게 남아있는 경영형태에선 금융기관의 변칙적인 인사운동 작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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