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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북한 실상(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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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북한 실상(사설)

입력
1996.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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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사망 이후 북한의 경제사정이 날로 악화하고 특히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실상에 관해서는 외부세계의 누구도 모른다. 이와관련, 잠비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중 망명한 현성일씨 부부 등이 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은 최근의 북한 현황과 권력주변의 사정을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겠다.먼저 갖가지 해석을 낳게 했던 김정일의 권력승계 지연이 김일성에 대한 「효성」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서 3년상이 끝나는 오는 7월에는 승계할 것이라는 설명은 수긍할 만하다. 사실 승계하지 않더라도 당·군·정을 모두 장악한 상태라고는 하나 생활고로 허덕이는 주민들의 반김정일 감정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전언은 유의할 만하다.

식량확보는 북한 정권의 최대 당면과제임이 확인됐다. 「주체의 나라」라는 체면과 존엄을 모두 접어둔 채 전 재외공관에 구호양곡과 구호물자 요청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음은 식량사정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나 북한이 80년대 초부터 일본해안선에 공작원을 보내 일본인을 납치해 오고 90년대 들어 아랍의 극좌게릴라인 아브니달의 요원들을 평양에서 훈련시킨 것도 그렇지만 80년대 중반부터 남한화폐를 위조, 남파공작원들의 자금으로 사용했으며 93년에는 인민무력부에 문화연락실을 두어 한국군인들의 납치공작을 기도해 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들이 경제난 식량난 속에서도 테러훈련은 물론 대남교란·선동의 일환으로 파괴·납치·위장선전공작은 변함없이 계속해 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늘의 북한은 현씨 등의 증언대로 경제난·외화부족으로 전재외공관에 밀수 등을 통해 자력운영케 하고 외교관 1인당 월2백50달러(20만원)씩 주던 급료마저 작년 8월이래 중단하는 등 재정사정은 파탄지경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북한의 경제 등 전반적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시일안에 붕괴된다는 징조는 발견하기 어렵다. 미행정부는 북한이 89년 동구 공산체제의 붕괴때처럼 위국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지만 1백만 병력과 군사력을 움직일 수 있는 군량미와 기름 등은 분명히 확보하고 있고 김정일은 군을 체제유지의 최대·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가 않은 것이다.

어쨌든 현씨 등의 증언은 북한체제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핵개발과 전쟁위협을 서슴지 않는 저들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 내부 혼란을 막고 호도하기 위해 어떤 도발과 모험을 시도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럴수록 우리는 북한 사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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