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휴전파기·영 선거요구/안팎으로 곤경 사면초가 상황17개월전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역사적인 휴전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북아일랜드 평화의 사도로 일컬어 졌던 제리 애덤스 신페인당 당수(47)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9일 IRA가 런던 중심가의 호텔에 차량폭탄테러를 감행함으로써 휴전선언을 사실상 폐기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의 당수이면서도 IRA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애덤스는 12일 BBC 라디오 회견에서 『나는 IRA에 대해 관측통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 한 적이 결코 없다』고 스스로의 위상을 평가절하,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고백했다.
런던테러이후 애덤스는 안에서 치이고 밖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존 메이저 영국총리는 12일 하원연설에서 『신페인당과 IRA가 분명히 평화를 다짐하고 휴전을 회복해야만 북아일랜드의 미래에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고 못박았다. 영국측은 그에게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IRA의 테러행위를 비난하라고 촉구하고 IRA가 보유하고 있는 무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휴전선언 이후 영국측으로부터 얻은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 요구대로 할 경우 IRA내 강경파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것은 뻔하다.
더구나 메이저 총리는 우선 북아일랜드에서 선거를 실시해 북아일랜드의 미래를 결정할 새로운 기구를 구성한 뒤 관련 당사자 전원이 참여하는 협상을 하자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딕 스프링 아일랜드 외무장관겸 부총리가 그러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고 밝혀 아일랜드도 영국의 선거안을 수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구상대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북아일랜드 전체주민의 60%를 차지하는 신교도가 승리할 것이기 때문에 신페인당으로서는 이 구상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다.
물론 스스로 평가절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덤스에 대한 국제적 신망은 여전하다. 마이크 매커리 미백악관대변인이 12일 성명에서 『애덤스는 이 (평화정착)과정에서 중요한 지도자이며 신페인당의 적극 참여없이 평화로의 전진을 이룰 수 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94년 8월 31일 애덤스는 IRA의 무장투쟁 중단을 선언하면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지지자들에게 밝혔다. 테러리스트에서 타협의 정치가로 변신한 그에게 새로운 투쟁이 내부와의 투쟁임을 이번 테러사건이 알려준 셈이다.<이광일기자>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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