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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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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오페라 하우스 「라 페니체」는 베르디의 「리골레토」와 「춘희」 등이 초연된 극장으로 유명하다. 1792년에 완공된 후 카르소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거의 전부 거쳐간 문화의 전당이다. 호화스런 무대와 객석은 그 자체가 문화재였다. ◆이 극장은 지난해 8월부터 내부수리중이었는데 1월29일 원인모를 화재로 외벽만 남기고 타버렸다. 화재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최고의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페니체의 소실로 세계 오페라계는 고아가 됐다」고 한탄한 것을 비롯, 오페라 가수에서부터 일반 시민들까지도 이를 슬퍼했다. ◆그 충격속에서도 재건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파바로티는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서 극장 재건 콘서트를 열겠다고 선언했고 이탈리아의 유력지 「레푸블리카」에는 이틀만에 40억원의 성금이 기탁됐다. 이탈리아 정부도 1백20억원의 예산지원을 약속했고 유네스코는 파리와 뉴욕에 재건을 위한 특별계좌를 개설했다.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베네치아의 카치아모시장은 고급문화의 상징인 이 극장이 3년 안에 모습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이 극장이 이탈리아어로 불사조를 뜻하는 페니체란 이름처럼 되살아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이 극장은 1백60년 전에도 불탔다가 1년 만에 복구된 역사가 있다. ◆흔히 이탈리아인 하면 잘 뭉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페니체 극장 재건에 나선 그들의 문화사랑은 본받을 만하다고 외신은 전한다. 길 가던 사람까지도 눈물을 흘리며 이에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문화사랑은 이처럼 시민들이 앞장설 때 꽃을 피우는 것으로 고속철도통과 문제로 진통하고 있는 경주사랑이나 서울 사간동 문화거리 조성 등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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