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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책읽는 행복(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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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책읽는 행복(장명수 칼럼)

입력
1996.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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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안식년 휴가를 보낸 한 대학교수에게 그동안 무엇이 가장 좋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읽고싶은 책을 읽고싶은 시간에 마음껏 읽을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어요. 직업상 늘 책을 읽긴 했지만, 다음날 강의나 스케줄 때문에 잘 시간에 자야했고,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사실 읽을 시간도 없었지요. 다음날 일을 걱정하지 않고 밤새워 독서할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남편의 출장으로 며칠동안 혼자 지냈다는 한 부인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밤새워 소설읽는 재미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아침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혼자 차 마시고, 배고프면 뭐든지 조금 먹고, 계속 책만 읽었는데, 일주일동안 그렇게 지내고 나니 메말랐던 감정이 되살아나는것 같았어요. 피곤과 짜증이 풀리고, 새로운 기분으로 남편을 맞을수 있었어요』

그 자리에는 직업을 가진 여성도 있고, 전업주부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밤새워 책읽던 학생시절을 그리워 하고 있었다.

『밤에 못다 읽은 소설을 공부시간에 몰래 읽다가 선생님께 들켜서 야단 맞은적도 많아요. 나는 책읽기를 참 좋아했는데, 어른이 된후에는 직장생활하랴 집안살림하랴 책읽을 여유가 없었어요. 내가 직장에서 은퇴할때 쯤이면 아이들 뒷바라지도 끝나고, 남편도 은퇴하여 한가해질 테니까 밤새워 책읽는 즐거움을 되찾고 싶어요. 그날이 기다려져요』

그날의 화제는 『밤새워 책읽는 재미를 모르는 요즘 학생들이 가엾다』 는 쪽으로 이어졌다. 어떤 어머니들은 자녀가 참고서이외의 책을 읽고 공연히 인생을 깊이 생각하거나 연애감정같은것이 생길까봐 아예 독서를 엄금한다는데, 그 엄마를 탓할수도 없는것이 현실이다. 그저 어머니들은 자녀가 단순유치한 감정을 가지고, 기계적으로 공부에만 몰두하기를 바라고 있다.

내년부터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커지면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게될까. 그러나 논술시험의 출제방향이 아직 아리송하여 학생들은 폭넓은 독서와 토론으로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기 보다 어떤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모범답안을 쓸수있는 기술을 익히기위해 논술과외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논술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논술과외 열기가 벌써 심상치 않은데, 독서의 기초가 없는 논술기술처럼 허망한 가짜가 어디 있겠는가. 청소년들에게 밤새워 책읽는 기쁨을 되돌려줄수 있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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