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전날도 직원들과 “회사 살리자” 숙의【인천=황양준기자】 중소기업청이 개청하기 하루전 자금난에 시달린 중소기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1일 상오 8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5동 126의6 의류수출제조업체인 (주)선진산업 작업장에서 이 회사 사장 정춘환씨(42·부평구 부개동)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직원 김영준씨(36)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는 안주머니에 『설날이 다가오는데 직원들의 봉급과 상여금도 준비못했다. 돈없는 사장을 만난 직원들에게 피해만 주고 간다』 『사업을 하다보니 너무나 외롭고 부담이 돼 이 길을 택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지난 연말부터 제품 주문이 줄어 들면서 5천여만원의 빚을 졌고 이를 갚지 못해 3개월후 집마저 경매처분될 위기에 놓여 있는데다 직원 70여명에게 2개월분 봉급 1억여원을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정사장이 10일 밤늦게까지 회사 작업장에서 직원들과 회사를 살리기 위한 회의까지 열었다』며 『그러나 회사가 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81년 이 회사에 입사한 정씨는 지난해 7월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이 회사를 인수해 직원 70여명과 함께 운동복 등 의류를 생산, 수출해왔는데 최근 고임금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주가 크게 떨어졌다.
직원들은 회사사정이 어려워지자 8일 전체 회의를 열어 외상대금을 받을 때까지 봉급을 받지 않기로 하고 우선 회사를 살리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자는 결의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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