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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정치포럼」 제구실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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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정치포럼」 제구실 못한다

입력
1996.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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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반짝 코너」 개설 단순홍보 이용/여론 수렴 등 생동감 있는 토론장 아쉬워정치인들에게 PC통신이나 인터넷은 자신을 알리거나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새로운 유세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4·11총선을 앞두고 선량후보들은 PC통신 등에 앞다퉈 정치포럼을 개설하고 있다. 천리안매직콜 하이텔 나우누리 등 국내 3대PC통신에는 80여명의 정치인들이 코너를 개설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당중 처음으로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도 바야흐로 「온라인정치」시대가 열리는 듯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온라인 정치포럼이 네티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량후보들과 네티즌이 뉴미디어의 특성인 쌍방향대화 기능을 살려 토론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본자료조차 최신내용으로 바꾸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단순히 선거홍보용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의식 때문에 「사이버 국회」나 「전자민주주의」는 시기상조란 지적을 받고 있다.

천리안 매직콜에는 가장 많은 40여명이 정치포럼을 개설해놓았다. 그러나 1월 한달동안 총 이용시간은 겨우 700시간에 불과하다. 하나의 전자신문 뉴스검색시간이 4,000∼5,000시간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인기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티즌들은 나우누리의 시사코너 「21세기프론티어 작은 마당」에 325시간을 투자했으나 정치포럼엔 고작 23시간정도 머물렀을 뿐이다. 네티즌들은 정치인들의 무성의한 포럼운영이 「전자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꼬집는다. 개설한 뒤 몇달동안 내팽개쳐두다 선거때만 반짝 시늉을 내는 포럼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의 K의원은 94년 7월14일이후 온라인상에서의 의정활동을 포기했다. 같은 당 P의원도 지난해 지방선거때 반짝활동한 뒤 자료갱신조차 중지했다.

이에 반해 네티즌들의 「온라인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는 만만치 않다. 정치포럼을 찾는 이용자들은 「자유게시판」이나 「나도 한마디」 코너에 「신한국당이 먼저 각성해야 한다」 「독도에서 월드컵회담을」 등을 게재, 여론을 조성하고 토론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만 들려올 뿐이다. 정치인들의 성의있는 답변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포럼의 묘미는 토론이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후보자와 유권자가 수시로 온라인토론을 나누며 「참여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포럼이 죽어 있다는 비판은 생동감 넘치는 토론이 없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P&P정치뉴스의 홍석기소장은 미 콜로라도주 보트링크사의 정치포럼 「보이스 오브 네트」(www.votelink.com)를 국내 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전자민주주의의 전형으로 소개했다. 이 웹사이트에선 무엇보다 정치인과 네티즌의 살아있는 쌍방향토론이 돋보인다. 하루 평균 1만명의 네티즌들은 「사형제도는 폐지돼야 하는가」 「학교가 가정일 수 있는가」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을 벌인다. 전자투표를 통한 집계결과도 즉각 알 수 있다. 또 자신이 몇번째 투표자인지 알려주는 산뜻한 그래픽화면은 인터넷 전자투표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홍소장은 『우리 정치인들은 일단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 공간에서 정책경쟁과 의견수렴을 위한 활발한 토론이 전개돼야 전자민주주의를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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