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미국의 대한반도정책과 자세가 달리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그것은 남북한 등거리정책내지 북한에 대해서는 관계개선을 촉진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대북정책에 있어 「공조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는 필요한 경우 독자적인 접근 등 이중정책을 공공연히 구사하고 있어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미국의 독주와 이중정책의 대표적인 예는 북한에 2백만달러 상당의 식량지원과 자신들이 맡게 돼있는 중유비용의 전가, 그리고 남북대화 실현의 외면이다.
이같은 미국의 자세는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기구를 통한 쌀지원의 거부를 촉발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군부의 반발」을 내세웠으나 실제 국제기구를 통한 요청이 3∼4개월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2천여만달러 상당에 불과한데 불만을 느끼고 차제에 이른바 핵동결과 북한달래기 등을 위한 미국의 북한접근을 역이용, 쌀지원과 무역제재완화 등을 겨냥하여 「적은 지원들」을 사양한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클린턴 대통령이 「독자적 행동」의 운을 떼고 의회조사국이 미북관계와 남북한 문제를 연계시켜 온 정책을 국가이익을 위해 부득이할 경우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음미해 볼 만하다.
미국의 대북·대한반도정책이 이처럼 이중적 자세, 일방적 추진으로 바꿔가려는 이때 우리 정부의 태도는 실로 너무나 한가하다. 그저 「한미공조」만을 신주처럼 믿고 또 미국이 이를 파괴해도 잠시 불만을 나타낼 뿐 이번 레이크 보좌관의 방한때처럼 이해하고 동의하는 안이한 자세를 되풀이하고 있음은 어이가 없다.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접근과 제네바 핵합의문에 명기된 남북대화의 실종은 당초 북·미핵협상에 우리가 빠지기로 한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사태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북한이 핵합의·남북기본합의서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미북관계개선, 정상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철저한 한국배제와 휴전선 병력증강의 도발 위협속에 미·북접근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세계정책과 국익에 따라 경수로건설비용서부터 쌀추가비용 등 사사건건 부담만하는 구경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 접근과 이를 틈탄 일본의 약삭빠른 대북수교협상 모색을 경계하면서 독자적인 대북정책, 한반도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또 미국에 대해서도 남북대화 이행을 비롯, 공조원칙에 어긋나는 어떠한 책임과 의무부담도 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의 남북한 카드에 눈치보기로 놀아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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