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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할아버지?(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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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할아버지?(장명수 칼럼)

입력
1996.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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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호칭은 매우 복잡하지만, 호칭이 발달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 신입사원들은 직장의 동료 선배 상사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당황하고, 호칭을 잘못 써서 불쾌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백화점 병원 은행등 많은 고객을 상대하는 직장에서도 고객에 대한 적절한 호칭을 찾지 못해서 가족사이의 호칭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 아저씨에서 요즘에는 아버님, 어머님까지 등장했다. 대형병원들이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탓인지 젊은 의사가 「아버님, 어머님」하는 바람에 몹시 어색했다는 사람도 있다. 은행원이 「아줌마」라고 불러 기분나빴다는 부인도 있는데,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해도 좋은 호칭은 아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호칭은 할아버지, 할머니란 호칭이다. 대개 젊은 사람들은 흰머리카락이 섞인 사람을 보면 무조건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는데, 『당신은 늙어 보인다』 는 뜻이므로 상대방이 기분좋을리 없다.

『정초에 직장 후배들이 가족과 함께 놀러왔는데, 자기 아이에게 「할아버지께 세배해라」 라고 말하는데 깜짝 놀랐다. 「아버지회사 부장님이신데 세배해라」 라고 시키는것이 옳지 않을까. 내나이 이제 오십인데 무슨 할아버지란 말인가』

『지하철에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젊은 엄마가 타기에 자리를 양보했더니 그 엄마가 아이에게 「할머니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해라」 라고 시켰다. 할머니 소리를 처음 들었으므로 깜짝 놀랐고, 공연히 자리를 양보했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후회까지 했다』

「유명한 사람들」도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를 들을까. 「탱크」제품 광고로 널리 유명해진 대우전자의 배순훈회장은 머리가 희끗희끗할뿐 아직 할아버지는 아닌데,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지방도시에 갔다가 젊은 부인과 마주쳤는데, 「어머, 탱크!」 라고 몹시 반가워하더니 자기 아이에게 「얘, 탱크 할아버지다!」 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좀 억울했다』

썩 좋은 호칭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호칭으로는 「선생님」 「손님」 「○○○씨」등이 무난할 것 같다. 바른 호칭에서 바른 예절이 시작되므로 덮어놓고 할아버지, 아주머니 할 게 아니라 바른 호칭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고객을 많이 맞이하는 직종에서는 호칭연구가 시급하다고 생각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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