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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 장기화로 치닫는다/일 「독도망언」­앞으로의 양국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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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 장기화로 치닫는다/일 「독도망언」­앞으로의 양국관계

입력
1996.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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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빠지기작전」 따라 소강국면/「북­일수교」 등 잠복현안도 문제일본측의 「독도망언」으로 촉발된 한일갈등은 청와대의 일본 연립여당대표 면담 취소에 이어 일본 측의 방한포기로 정점으로 치닫는 듯했으나 11일부터는 일본의 「빠지기작전」에 따라 소강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하시모토 류타로 일 총리(교본용태랑)는 독도망언에 대해 청와대의 강경대응방침이 발표된 10일 밤 기자들에게 『(한·일 간의)대립을 증폭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해 정면대응을 피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시모토총리의 이같은 반응은 일단 자신이 『독도문제는 실무협상에서 논의될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케다 유키히코(지전행언) 외무장관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망언을 한데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태도변화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하시모토 총리의 반응은 독도문제로 한일관계 전반에 더이상 손상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측 역시 들끓는 국민감정에도 불구하고 외교적으로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을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관련,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11일 『국민감정은 잘알지만 외교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야마시타 신타로(산하신태랑)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정부의 공식항의를 전달하는 방안 역시 일본측의 반응을 예의주시 해가며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도문제가 지니고 있는 사안의 폭발성상 소강국면이 곧바로 화해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관계자들은 『독도문제로 촉발된 악화한 한일관계는 교착상태에 머무르면서 구체적인 외교사안별로 갈등과 마찰이 계속되는 추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독도문제를 포함해 일본의 대북쌀지원, 북·일수교교섭움직임,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선포등의 외교현안이 양국의 국내 정국과 연계돼 의외의 「발화성」을 갖고 있다는 판단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번의 독도문제도 자민당과 신진당의 보수성 경쟁구도, 주전정치자금스캔들, 경제상황악화, 유엔인권위원회의 군대위안부보고서등 일본측의 악재와 우리나라의 총선정국이 맞물려 급속히 확대됐다는데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국내정세와 외교사안간의 상관관계가 어느정도 이완되는 시기까지는 협상에 임하는 양국 외교실무자들의 운신폭도 그만큼 좁을 수밖에 없다. 외교실무자들은 이같은 이완기를 기다리면서 북·일수교교섭 움직임등 외교현안에 대해서는 국민감정을 감안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할것으로 보인다. 일본 연립여당 대표단의 방한, 3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의 한일정상회담 여부등도 이같은 기조아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장인철기자>

◎일 “뾰족한 수 없다” 무반응/영토문제 더 민감… 외교현안도 보류태세/한국민 감정폭발·청와대 초강경에 곤혹

독도문제로 한일 양국관계가 또다시 급랭기를 맞았다. 한국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주장을 이유로 12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과 일연립여당 대표단과의 면담을 거부, 대표단의 방한이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11월 에토 다카미(강등융미) 당시 총무처장관의 「식민지발언」으로 한국이 양국 외무장관회담을 거부했을 때와 겉으로는 흡사하다. 그러나 지난해의 위기가 에토사임과 무라야마(촌산부시) 당시 총리의 서한으로 해결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영토문제에 관한한 일본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다는 대전제가 있는데다 독도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성격도 아니어서 당분간의 관계냉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대화단절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산적한 외교현안이 통째로 동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케다 유키히코(지전행언) 외무성 장관의 발언은 일관된 일본의 입장으로 현실적인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 야마사키 다쿠(산기척) 자민당 정조회장은 『냉정한 대화가 필요하지만 독도영유권문제는 정부견해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사민당조차 보수 자민당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해양법조약의 비준계획에 따른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선포문제로 촉발된 이번사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풀어나가면 굳이 해결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이 일본의 시각이다. EEZ의 선포가 기선설정과 관련, 영토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긴 하지만 실익인 어업권문제는 지금까지 양국이 어업협정등을 통해 풀어온 전례를 살려나가자는 것이다. 일본이 우려하는 것은 청와대논평이 이 문제를 역사인식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연립여당내부에서는 『한국의 총선이후가 돼야 냉정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공공연하다. 그러나 이미 국민감정에 불이 붙은 만큼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야마사키 자민당 정조회장)』는 결과론적인 우려가 한결 무성하다.

일본은 우선 한국에서 이미 거부논의가 일고 있는 3월초 방콕에서의 한일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물밑에서라도 외교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본의 국민감정이 자극돼 한국민의 감정과 정면충돌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면서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린다는 태도도 엿보인다. 때문에 16일로 예정된 국제해양법조약 비준안의 각의통과와 그 이후의 국회동의 절차가 한박자 늦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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