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의 단계적인 자율화 방침에 따라 아파트업계에서도 서서히 품질경쟁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같은 건물 같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입주자 취향에 따라 구조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멀티브랜드 평면설계방식이 도입되고 툇마루 등 전통식 실내 인테리어를 도입한 한국형 설계방식도 등장했다. ◆건강과 환경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데 착안해서 중앙공급식 정수처리시스템과 가구별 공기정화시스템, 천연소재 마감재 등을 도입한 건강아파트도 새로 개발됐다. 쾌적도를 높이기 위해 능선을 절개하지 않고 지형에 따라 동간 거리를 조정해서 자연스럽게 단지를 배치하는 환경적응형 아파트도 선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는 위치와 평수, 회사이름에 따라 획일적으로 값어치가 결정됐다. 기능성이나 품질에 차등이 있을 수 없고 개별적인 우열이나 특징이 있을 수 없었다. 질을 따질 겨를이 없는 양중심의 천편일률적인 대량생산체제였다. 가격자율화에 따른 경쟁의 도입이 양 중심의 수십년 관행을 깨고 주택에도 품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셈이다. ◆주식인 쌀에서 질위주의 경쟁원리가 도입된 것도 불과 몇해 전이다. 양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통일벼가 퇴장한 것이 얼마되지 않는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맞아 삶의 질을 논의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에서 이제 비로소 질의 문제가 중요해지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먹고 입는 데서는 양의 문제를 이미 졸업했다고 할 수 있지만 주택문제에서 양적인 문제가 해결되려면 아직 멀었다. 질의 추구에 몰두하다가 자칫 하면 양의 문제를 어렵게 하는 경우도 걱정을 해야 한다. 가격자율화가 초래할 수도 있는 가격폭등의 위험 등에 철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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