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픔의 공유와 치유를 향해/신한국당 대표위원 김윤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픔의 공유와 치유를 향해/신한국당 대표위원 김윤환

입력
1996.02.11 00:00
0 0

◎어려웠던 시절 만났던 감동의 언어 지금도 생생정치가 시를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시를 쓰는 마음, 시를 읽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다짐이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고통받는 이를 위무하는 시를 읽을 때의 편안함에 심취했던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 6학년 재학중이던 해 6·25가 났고 학도병으로 현지 입대, 2년10개월동안 전쟁을 온 몸으로 겪었다. 2등중사(현 병장)로 제대한 뒤, 대학 재학중에 「경대신문」의 편집주간을 맡아 있으면서 최해우를 중심으로 한 동인지 「시와 시론」에 참여했고 「신천지」 등에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란 중의 대구는 박목월, 유치환선생을 비롯해서 많은 문인들의 활동 중심지였고 이제는 고인이 된 월남시인 전봉건과 김관식, 김광림, 최계락, 이 활, 이철승같은 이들과 교우를 맺으면서 시문학에 제법 정열을 쏟기도 했었다. 당시에는 광복의 환희와 분단의 아픔, 전쟁의 황폐 속에서 우리 모두가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였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자신을 장애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 자연 서정시보다 주지시가 풍미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 시절, 1949년 「신천지」를 통해 발표되었던 서정시인 한하운의 절창을 읽고 느낀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토」 뿐인 「숨막히는 길」을 무작정 걸어가는 천형의 시인. 문득 신발을 벗으면 발가락이 하나 없어지는데도 나머지 발가락이 다 없어질 때까지 가겠다는 「영혼의 시」를 대하곤 새삼 문학의 위대함을 생각했다. 나라 전체가 천형을 앓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젊은이들에게 「전라도 길」은 어렵고 힘든 시대적 상황에 대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뒤까지에도 내 고향 선산에는 황톳길이 많았다. 대학을 나온 뒤 나는 언론인생활을 거쳐 정치인이 되었다. 정치는 상식에 바탕을 두고 시대적 아픔을 치유하면서 사람들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본연의 기능이라고 믿는다.

문학은 마음을 치유하고 정치는 현실을 치유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시대에나 고통받는 이들이 있고 삶의 고통이 존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고통을 위무하는 시도 있어야 하고 현실의 삶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정치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불우한 환경을 딛고 다른 이들의 영혼을 울린 사람들은 늘 감동스럽다. 나라 밖에서도 신체적 장애를 딛고 우뚝 선 문인과 지성인이 많은 것으로 안다. 바이런은 절름발이였고 칸트는 척추병을 앓았으며 도스토예프스키는 간질병환자였고 말년의 베토벤은 귀머거리가 되어서도 불후의 작품을 남겼다. 방랑과 유리걸식으로 온 나라를 떠돌면서 슬프고 아름다운 시를 통해 영원히 남은 시인, 그가 바로 한하운이었다. 한하운시인의 「전라도 길」은 그래서 늘 나에게 감동을 더해 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