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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를 쏴라」/가식적 문화향한 한발의 총성(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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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를 쏴라」/가식적 문화향한 한발의 총성(영화평)

입력
1996.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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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자본과 결탁한 “예술”의 이면 파헤쳐뉴욕의 영화관객들은 우디 앨런의 영화를 점잖게 지켜보지 않는다. 『우디! 우디!』를 외쳐대며 마치 컬트영화라도 보듯 카니발적 분위기에 빠져든다. 가장 뉴요커적인 감독으로 꼽히는 그의 영화는 지적 스노비즘(속물근성)을 과시하는 인물들로 북적댄다.

그들은 거리 카페 거실 센트럴파크에서 인생 종교 예술 그리고 사랑에 대해 시끄럽게 코미디언처럼 수다를 떨면서 철학자인양 한다. 우디 앨런은 일면 그런 속물성을 통쾌하게 조롱하면서도, 영화의 말미쯤에선 중산층의 가치를 재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얽히고 설킨듯 하지만 그의 전언은 의외로 단순하다.

「브로드웨이를 쏴라」 역시 그의 다른 영화처럼 코미디지만 갱과 연극배우, 댄서가 동시에 등장한다. 화면위로 총알이 날아가는가 하면, 클럽무희들의 춤이 펼쳐지고 연극무대가 마련된다. 1920년대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극작가 데이빗(존 쿠삭 분)과 영락한 대배우 헬렌(다이앤 위스트 분)은 스트립댄서 올리브(제니퍼 칠리 분)의 정부인 마피아 보스의 자본으로 연극 한 편을 올릴 준비를 한다.

학교에서 극작수업을 받은 것외에 그다지 통찰력이나 재능등 예술적 자질이 없는 데이빗은 추상적인 희곡때문에 배우들과 제작자에게 휘둘리기만 한다. 하지만 올리브의 보디가드인 치치의 도움으로 그의 작품은 돌연 현실감을 띠게 되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심각해진다. 이제 예술이 현실보다 우위에 서게 되고 그 결과는 올리브와 치치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1920년대 브로드웨이를 축으로 뉴욕문화를 다양한 영화장르의 관행을 빌어 전달하면서 뒤로는 음침한 자본과 손잡고 앞으로는 도덕에 대해 논하는 예술. 또 그 예술을 빌미로 자기기만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면모를 종횡무진 드러내고 있는 이 영화가 한국에서 어떤 평가를 얻어낼 지가 궁금하다.

뉴욕적인 요설이 판치는, 그래서 우리문화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영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클로즈업을 피하면서 극장 객석 중간쯤에서 지켜보는 듯한 영화의 카메라 시점을 받아들인다면, 특정한 문화적 이해 없이도 잘 만들어진 영화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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