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꼬집는 심리도 한 몫/개먹이·개병원 등 TV광고 단골손님/“불안·삭막한 사회” 통렬한 야유담긴듯러시아인들의 개 사랑은 유별난 데가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영하 20도를 넘는 추운 날씨에도 어김없이 개를 산책시키는 애견가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분당 2만∼3만달러를 호가하는 TV광고에 개 먹이와 병원, 훈련장 등 애견과 관련한 광고가 줄을 잇는다.
애견단체도 모스크바에만 200여개에 이른다. 이 단체들은 주로 스피츠나 코케르스페니예르, 스코지테리아등 혈통있는 개를 기르는 애견가들로 구성되는데 개사육에 대한 정보교환에서부터 강아지 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 진다. 특히 「코케르스페니예르를 사랑하는 모스크바인들을 위한 모임」이라는 단체는 회원들의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레잔스키가에 있는 모스크바 가축시장에는 300∼1,400달러 짜리 개들이 하루에 수십마리씩 거래되고 개 훈련장과 개 학교도 성업중이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인기있는 애완견은 고양이처럼 귀여운 블론카나 중간크기의 포트볼테리예르다. 포트볼테리예르는 사냥개나 불독보다는 덜 사납지만 집도 웬만큼 지킬 수 있어 최근 인기가 더욱 올라가고 있다.
모스크바인들의 개 사랑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들어 더욱 심해진 듯하다. 그 이유는 러시아의 현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빈 집을 지켜줄 개가 필요해졌고 경제적인 문제로 이웃과의 교류가 뜸해지면서 정을 나눌 대상으로 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치지도자들의 식언이 빈번해지고 임금 체불에 따른 사회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변함없이 주인을 따르는 개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각별해졌다고 한다. 모스크바인들은 개에 대한 지극한 정성을 통해 개만도 못한 사회에 통렬한 야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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