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이젠 여행하면 으레 외국여행을 떠올리는 세태가 됐다.신혼여행은 물론 결혼기념, 졸업, 포상, 골프, 낚시, 등산여행까지 해외로 나가는게 유행이다. 등산복 차림으로 국제선 비행기에 오르는 여행객도 더러 있다고 한다. 웬만한 관광지에는 국내 항공사들이 전세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데다 세계화·개방화 바람까지 가세해 우리나라가 세계관광국들에 큰 시장이 됐다. 최근들어 세계적인 항공사들의 광고공세가 거세졌고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 동남아 국가들은 전례없이 정부까지 나서 관광객 유치홍보를 과감히 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한다는 사실은 신문지면을 도배질하는 엄청난 물량작전으로 나오는 국내 관광업체들의 광고로도 짐작할 수 있다. 광고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생소한 지명도 많이 눈에 띄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수준」이 얼마나 높은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의 참맛은 해외여행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멀리 떨어진 낯선 지역의 풍물을 직접 보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목적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장꾼따라 장에 가는 식은 진정한 의미에서 여행이랄 수 없다. 아무런 부담없이 즐기는 게 여행의 전부라고 한다면야 달리 할 말이 없지만….
학생을 가르치며 틈틈이 400여차례 우리나라의 산하를 돌아보고 기행문을 묶어 「한국인의 문화유산 탐방기」를 낸 서울의 한 고교선생님의 책 서문은 지극히 교훈적이다. 내가 나고 자란 땅을 직접 밟아보는 것이 조국을 배우고 사랑하는 길이라며 여행의 참뜻을 일러주고 있다.
「거친 성터 허물어진 돌더미에 올라 온달장군을 만나고, 쇠락한 서원 이끼 낀 기왓장에서 퇴계의 학문을 듣고, 잡초 우거진 공동묘지 문드러진 묘 앞에서 매창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 외진 고갯길을 넘으며 마의태자의 망국한에 휩싸여 보는 것도 여행에서 실감할 수 있는 일이다. 뿐이랴. 태백산 천제단에 올라 단군의 개국에 감읍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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