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씨 함구 불구 계속 추적”/“성과 없을땐 여론 눈총” 고심도전두환전대통령이 재임중 조성한 비자금을 퇴임후 「5공 본당」창당을 위한 세력규합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의 강도와 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전씨에게서 5공청산 무마와 「5공 정당」창당등 목적으로 8백80억원을 정치계·언론계등에 살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함으로써 5공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검찰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전씨가 비자금을 뿌렸던 대상자의 명단과 금액에 대한 구체적 내역을 규명하는 「수사적 성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5공측과 야당의 파상적 정치적 공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이 과연 전씨의 자금을 받은 정치인등과 그 금액을 수사를 통해 밝힐 의지가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 이종찬서울지검3차장은 3일 『추적작업이 쉽지는 않겠지만 돈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과를 기다려 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수사팀이 『자금살포에 대한 유일한 증거는 전씨의 진술』 『현금화한 자금이 살포돼 추적이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듯이 검찰의 계속수사 천명은 의례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씨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수사를 통해 2백명에 달하는 5공 자금의 수혜자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해 수사의 한계를 사실상 시인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수사과정에서 증거찾기의 어려움을 스스로 체득했을 검찰이 미완성의 진술내용을 왜 발표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대목에서 『12·12 및 5·18수사 과정에서 느꼈던 부담중의 하나는 5공세력의 역공으로 역사바로세우기의 의미가 변질되는 것』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바로세우기의 대의명분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5공측이 「과연 우리를 비난하는 세력들은 깨끗한가」라는 문제제기의 한 방편으로 정치권에 대한 자금지원을 들고나올 경우 5, 6공 단죄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설명은 검찰이 전씨 진술을 이미 오래전에 확보하고도 발표를 미뤄왔던 이유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특히 이번 5공신당설 발표과정에서는 검찰이 사전에 흘린 듯한 흔적이 역력하다. 검찰이 확보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전씨의 진술내용을 일방적으로 공표한 것은 수사의 근본원칙을 깨뜨린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특히 5공 동조세력과 언론계의 목을 죄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차피 수사대상이 아닌 만큼 여론에 슬쩍 흘려 정치권을 위축시키는 재료로 이용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검찰은 이미 전씨의 5공신당추진 발표 자체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따라서 앞으로의 수사는 구색갖추기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는 지적이 가능한 것 같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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