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이 우연히 자리를 같이한 한 식당에서 북한얘기가 나오게 됐을때 어떤 분이 잠비아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부부의 망명사건을 말하면서 『대사관직원이 이탈하기 시작했다면 북한정권은 이제 끝장난 것』이라며 북한종말론을 폈다. 외교관 아내(최수봉씨)가 남한으로 망명했으면 응당 즉각적인 조처가 있어야 했을터인데 어떤 이유로든 그런 조처를 못하고 보름만에 남편외교관(현성일씨)마저 망명할수 있었다는 것은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국가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해병대장교 출신인 이 언론인은 군대조직의 한쪽 제방이 무너진다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의미를 갖는 것인가를 설명하면서 군대조직으로 돼 있는 북한체제에서 외교관이 적진으로 넘어온다는 것은 북한정권이 붕괴수위에 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사실 북한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리 인공위성의 정보수집능력이 훌륭하더라도 북한이 폐쇄사회로 남아있는한 정확한 내용을 알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외교관탈출과 같은 돌출사건은 자기경험과 역사자료를 통해 나름대로 평가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이 무너진다면 인민의 탈출사태가 먼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많이 하고 있다. 어떤 보도는 이미 적어도 1,200∼1,300명의 북한인들이 남한으로 탈출하기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와 있다고 한다.
북한정권이 무너지고 안무너지고는 한국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무너지거나 무너지기 전야에 인민대탈출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한국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 일련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2차대전후 패전독일의 상황이 우리에게 참고가 될수 있을 것이다. 히틀러치하의 독일은 12년간의 독재를 패전으로 끝내면서 전국에 비참한 가난을 남겼다. 먹는것 입는것 자는것 어느것 하나 제대로 남아있는것이 없었고 이것들을 당장 복구할 능력도 없었다. 누가 먼저 시발했는지는 모르나 이때 독일인들은 소포어린이(package boy)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의 목에 생년월일, 주소 및 부모이름이 든 명패를 건뒤 무조건 기차를 태워 파리로, 로마로, 마드리드로, 런던으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이 아이가 어디쯤에서 친절한 부양자를 만날지는 떠나는 아이나 보내는 부모들도 몰랐다. 기차역에 나와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닿는대로 역을 떠나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4년을 낮선 이국에서 기아를 피해 자란후 다시 독일로 돌아왔었다. 독일인들은 이 패키지 보이 역사를 입에 담기를 싫어하지만 그래도 폐허 그대로였던 당시로서는 그길만이 어린이들을 살리는 것이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가난 때문에 또는 정권붕괴 때문에 대규모 탈출자가 생길지 안생길지는 모른다. 비록 정권이 무너진다해도 지난 50년간 교육받아온 북한주민의 사고방식으로 볼때 탈북을 쉽게 결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는, 먹을 것이 있는 남으로 보낼 길이 열려있다면 그들은 한사코 보내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으면 북한은 이미 오랜 국가 배급정책으로 주민들의 배고픔이 누적돼 전체적으로 국민체구가 작아졌으며 이런 현상이 벌써 3대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 태어난 아기들의 유전자까지 왜소한 민족으로 변해져 간다는 것이다. 북한 어린이들의 배고픔을 덜기위한 사회운동이 남한에서 조직적으로 펼쳐진다면 북한정권이 무너지고 안무너지고간에 남북한의 변화를 일으키고 또 이를 수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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