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첫 출전주자 누구냐에 따라 희비갈라질듯한국바둑이 1년만에 다시 명예회복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제4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 결승전이 6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상해(상하이)에서 열린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3연패를 이루었으나 다른 국제기전에서 계속 저조했던 한국바둑이 다시 정상을 노릴 기회가 온 것이다.
우승은 사실상 한·중 대결로 압축됐다. 한국에서는 조훈현 이창호, 중국에서는 위평(녜웨이핑)과 마효춘(마샤오춘)등 두 명씩 남은데 반해 일본에서는 다케미야 마사키(무궁정수) 혼자만 남았기 때문이다. 다케미야가 혼자서 4연승을 거두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 따라서 결승전을 「한·중대결」로 볼 수 있는데 한국이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 중국은 홈 그라운드에서 싸우는데다 대진순서도 유리하다. 게다가 지난해 마샤오춘이 동양증권배 후지쓰(부사통)배를 연이어 우승하는등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이긴 사람이 상대를 바꿔가며 계속 싸우는 「승발전」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기전에서 한국의 출전기사는 이창호7단. 중국의 조대원(차오다위안) 9단에게 1승을 거둔 상태에서 일본의 마지막 기사 다케미야와 대결한다. 최근 5년간 다케미야의 우주류는 이창호의 정확한 계산력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역대전적 1승 3패). 이 승률을 감안한다면 이7단이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중국은 다케미야가 이기면 마샤오춘이 나오겠지만 이창호가 이기면 녜웨이핑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녜웨이핑은 이7단이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강적이다. 이창호는 녜웨이핑에게 94년 동양증권배, 95년 진로배에서 연거푸 패했다. 이7단이 이긴다면 다음 상대는 마샤오춘이지만 두 기사의 대결에서는 이7단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돼 조훈현9단은 가만히 앉아서 상금만 타게 될 수도 있다.
이녜웨이핑의 대결에서 이창호가 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물론 조훈현9단은 「녜웨이핑 킬러」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그에게 강하다(역대전적 9승 3패). 하지만 조9단이 녜웨이핑을 누른다 해도 다음 상대는 마샤오춘. 반대로 마샤오춘은 조9단에 5승3패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끝난 동양증권배 준결승전에서도 2승1패로 조9단을 격파했다. 그러나 관례상 녜웨이핑보다 마샤오춘이 먼저 나올 공산도 크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중국바둑을 대표하는 주장 녜웨이핑이 마지막에 출전할 것』이라며 『창호만 잘해주면 진로배 우승에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진로배는 이번 대회부터 우승상금을 13만 달러에서 20만달러(1억5,000만원)로 올리고 2억원 상당의 순금우승 트로피도 새로 제작했다.<변형섭기자>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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