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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남긴 것(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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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남긴 것(사설)

입력
1996.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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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태지와 아이들」의 전격적인 은퇴 선언이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지만 이것은 단지 열정적 청소년 팬들 사이의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이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하나의 문제를 던져놓고 떠났다.이들은 4년여의 활동기간에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구가했을 뿐 아니라 팬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음반심의, 방송규제 등 대중문화에 대한 경직된 관리관행들을 표현의 자유차원에서 도전하기도 했다. 또한 기성세대의 폐쇄성과 보수적 청소년관을 비판하는 내용의 노래를 통해 이른바 「신세대」들의 집단적 의사표출을 위한 창구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카리스마적으로 작용하여 많은 청소년들을 흥분상태에 이르게 하고 심지어 심리적 공황상태에 이르게 했다는 관찰은 비록 과장된 것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청소년세대에 대해 통제력을 상실해 간다고 느끼는 기성세대에게는 몹시 신기하고 어쩌면 질투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이들 청소년에게 서태지에 대한 사회적 대안으로서 마련해 놓은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 반성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가정과 학교는 대학입시를 궁극적인 목표로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청소년들을 경쟁적 학습기계로 만드는 데에 일사불란하게 협력하고 있다.

10대라는 독특한 성장단계에 따른 서정적 욕구와 신체적 건강을 보호하고 나아가 예비사회인으로서 필요한 폭넓은 사회적 교호경험을 쌓기 위한 사회적 시설, 공간, 제도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청소년들은 많지 않다.

도심이나 주택가를 막론하고 성인들의 호기심과 쾌락을 만족시키기 위한 상업적 시설과 업태들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다양하고 풍부하게 널려 있는 우리 사회에 그들의 자녀들을 위한 시설은 학교나 입시학원을 빼면 거의 존재치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성인들을 모방한 욕구 해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에서 2, 3세기의 사회변화를 30, 40년에 소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지금의 청소년들이 성인세대가 겪었던 방식대로 그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자아를 실현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이들 청소년들이 서태지 현상을 통해 정확하게 무엇을 지적하고 요구했는지는 심도있는 연구를 통해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청소년들이 하나의 세대집단으로서 그들의 독특한 정서, 욕구,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배려를 받을 수 있는 민주적 권리를 가졌다는 점이며, 국가와 기성세대는 이에 입각해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적 공간, 시설, 제도를 마련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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