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세대교체 명분손상 감수/가신그룹 우세지 대거 진출도2일 발표된 신한국당 공천내용의 기준은 한마디로 당선가능성이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의 공천기준에도 당선가능성이 「1순위」로 작용했다.
일부지역에서 명분손상까지 감수하면서도 현역의원의 교체폭을 줄인 것은 이같은 상황을 잘 말해준다. 여권이 이처럼 당선가능성을 중요시한 배경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다.
우선 여권은 총선 이후 정국주도권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왔다. 또 이번 총선 자체가 현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지난해말부터 추진한 역사 바로세우기에 대한 직접적 평가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한 여권관계자는 『총선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개혁과 역사 바로세우기 자체가 매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결국 역사를 되돌리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혁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일부 지역에서의 전술적 후퇴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권내부의 이같은 논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천은 개혁과 세대교체 등 여권의 명분을 퇴색시킨 부분을 적지않게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권익현 이상재 이진삼 고명승씨등 쿠데타세력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인사들을 공천한 것에 대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한국당이 당선가능성에 밀려 현역의원을 대폭 재공천한 사실은 이른바 여권 프리미엄이 많이 사라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여권이 후보를 교체할 경우 현역의원의 약점을 들춰내는등 이른바 「주저앉히기」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그런 교통정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측근들이 여권우세지역에 대거 진출했다는 것도 이번 공천의 특징이다. 가신그룹인 홍인길전청와대총무수석 김무성전내무차관을 비롯, 김대통령 고교후배인 한이헌전청와대경제수석, 정형근전안기부1차장 등이 부산의 「YS군단」에 새로 가담했다. 이들은 김대통령 임기후반기에 정치적 방패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천은 또 전적으로 김대통령이 챙겼다는 점에서 과거 여당의 공천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김윤환대표의 의중이 대구·경북등 일부지역에 반영됐을 뿐 다른 중진들의 입김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은 역시 당선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와관련, 여권고위관계자는 『사실 김대통령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이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도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공천하지 못했다』고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실제 민주계가 예상과는 달리 퇴조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이밖에 정보기관들의 판세분석보다는 여론조사를 집중적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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