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걸린 미국 공군사관생도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을 돕자는 캠페인이 불길처럼 번지면서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3살때 미국 가정에 입양된 그 청년에 대해서 한국인들이 쏟는 관심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뜨거운데, 「고아 수출국 1위」라는 오랜 기록에 남몰래 품고 있던 죄책감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유전자형이 같은 골수를 이식받으려고 그가 한국의 생모를 찾는다는 사실이 한국일보를 통해 처음 알려지고, KBS TV가 특집프로를 방영한후 수천명이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나섰는데, 그 캠페인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주변의 백혈병 환자들에게도 눈을 돌리게 됐다. 국내 백혈병 환자가 4만여명에 이르지만, 골수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이 워낙 적고, 수술비 부담이 커서 속수무책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성덕군을 살리자는 운동이 국내 환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자신의 혈액 골수 장기등을 기증하여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겠다는 지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번 캠페인의 최대 수확이다. 다행히 성덕군과 같은 유전자형의 골수기증자를 빨리 찾아서 그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는데, 그 성과는 우리가 깨우친 큰 사랑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덕군의 양부모 바우만씨 부부가 보여준 참사랑은 특히 감동적이었고, 아직 나타나지 않는 한국의 생모와 비교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비교는 남성위주의 우리 문화가 강요해온 왜곡된 사랑, 미숙하고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사랑을 반성하게 했다. 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때 생부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던 미스 아메리카 출신의 여성이 남편과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사실을 공개하면서 성폭력이 얼마나 가공할 범죄인지를 고발했다는 기사를 오래전 신문에서 읽었어요. 그 여자의 용기도 대단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의 이해와 성원에 가슴이 뭉클해 지더군요. 우리는 그런 참사랑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에 미혼모가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고, 죽어가는 아들앞에 내가 생모라고 나설 수도 없는 것이지요. 그런점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 미개사회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계 미국청년에게 골수를 제공하겠다고 줄을 잇는 사랑의 물결, 아직 나타나지 않는 생모, 그 엄청난 괴리야말로 우리가 이번 캠페인을 통해 극복해야 할 문화라고 생각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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