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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노리히사저「무교회주의자 내촌감삼」/이재정(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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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노리히사저「무교회주의자 내촌감삼」/이재정(요즘 읽은 책)

입력
1996.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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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신앙인의 사표 우치무라 생애조명/율법·형식주의 빠진 기독교 깊은 성찰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기독교를 수용한 과정과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밤에 김포공항에 내리면 첫 눈에 보이는 것이 빨간 네온으로 빛나는 수없이 많은 십자가라고 말할 만큼 우리나라에서의 기독교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성장한 반면 일본의 기독교는 전통종교에 밀려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살펴봐도 교회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만큼 미미하기 짝이 없다. 세계 50대 교회 가운데 한국 교회들이 상위에 들어 있고 이제는 인구의 25%가 넘는 신자들이 넘실대는 한국은 전통적인 북미주나 유럽 또는 남미 등지의 기독교국가들을 제치고 당당한 기독교국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우치무라 간조(내촌감삼)와 같은 놀라운 신앙인도 신학자도 없다는 것을 깊이 새겨 볼 일이다. 바로 이 책은 우치무라 간조의 생애와 신앙, 그리고 그가 걸어가려던 일본에서의 예수의 길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나는 이렇게 기독교신자가 되었다」와 「일본과 일본인」이라는 2대 영문저작을 내놓아 에밀 브루너나 알버트 슈바이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우치무라의 일생을 더듬어 보면서 이 책은 오늘의 기독교, 특히 형식주의와 율법주의에 빠진 기독교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들이 서구의 선교사가 전해 준 서구적 신앙을 되뇌고 서구적 찬송을 소리쳐 부르며 서구적 교회와 교파를 금과옥조처럼 붙들고 늘어지면서 고집스럽게 「조직으로서의 교회」를 키워오는 동안 우치무라 간조는 이교로 취급받고 있던 기독교에 입문하면서 기독교와 일본을 하나로 만들려는 노력으로 일관하였다. 그는 신에 대한 예배와 일왕에 대한 존경의 표시를 분명하게 구별하였다.

일반적으로 우치무라 간조는 무교회주의자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가 발간한 「성서의 연구」나 「무교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단순한 무교회 또는 반교회주의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서양의 기독교를 바라보면서 교회를 통째로 지배하고 있는 「인공적인 요소」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성서로 돌아가 진정한 예수의 교회 또는 자연적 교회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Japan)과 예수(Jesus)의 머리글자인 두 개의 J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회와 신앙을 찾아서 끊임없이 기독교의 일본화와 함께 일본의 기독교화를 부르짖었던 우치무라 간조의 중심은 역시 「예수의 평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자인 김진만교수(한림대)가 후기에 적어 놓은 것처럼 우치무라는 「일본주의와 세계주의, 교회와 무교회, 과학과 신앙, 현실비판과 재림운동, 하늘과 땅」을 그의 몸과 마음속에 「숨막히는 긴장 가운데 생동하고 공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으로서 보기 드문 친한파였던 우치무라는 「조선의 독립과 자유를 귀하게」여기며 「억압받는 자의 편에서 외치고 가르치다 간 성자」였다.그의 삶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잘못된 신앙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성공회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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