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감소세 주춤·재고 바닥직전/「식량안보」 차원서도 증산불가피/추곡가 동결상태론 호응 어려워/타작물 재배단속 반발만 살 우려쌀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수산부가 31일 발표한 올해 쌀생산 종합대책은 한마디로 쌀생산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위해 전국의 놀고 있는 논들을 대리경작 명령을 발동해서라도 모두 생산화하고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지난해보다 15㎏정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증산대책을 통해 지난해보다 110만섬이 늘어난 3,370만섬의 벼를 올해 생산하겠다는게 대책의 골자이다.
얼마전까지 우루과이라운드협상(UR)에 대비, 논면적을 줄여야 한다고 외쳐온 정부가 갑자기 쌀증산에 나선 배경은 벼 재배면적이 최근 급속도로 줄어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논면적은 88년 135만㏊를 정점으로 매년 5,000∼2만㏊씩 감소해왔으나 최근들어 감소폭이 휠씬 커져 지난해에는 무려 4만7,000㏊가 준 것으로 추계됐다. 지난해 논면적이 이처럼 급감한 이유는 추곡수매가 동결등으로 더이상 쌀농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농민들이 논을 밭이나 축사 포도밭 원예시설로 대거 전환했기때문이다. 이같은 면적감소에 반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80년대 중반이후 연간 2%씩 감소하던 것이 근래에는 주춤하고 있다. 이에따라 쌀 재고량이 85년 992만섬에서 90년 1,406만섬, 95년 472만섬으로 줄었고 올해는 278만섬까지 내려가 생산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식량사정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 「식량안보」차원에서도 쌀증산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유휴농지를 생산에 활용하기 위해 사상처음 강제개발명령제라는 「비상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나 그동안 장려해오던 타작물재배를 오히려 단속하겠다는 것은 현재 쌀수급사정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다.
이런만큼 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쌀증산대책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농림수산부조차 올해 3,370만섬 생산계획은 『다소 무리가 있는게 사실』이라고 털어놓는 지경이다. 우선 추곡가가 현재처럼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벼농사지원책을 내놓더라도 논면적 감소를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때문에 그동안 일률적으로 통제해온 쌀가격을 수확기와 비수확기에 따라 값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도록 계절진폭을 크게 확대해 쌀농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은 뒤집어 말해 비수확기에는 쌀값이 다소 뛰는 것도 묵인하겠다는 뜻이어서 물가안정을 고려할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논에 벼외의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정책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조치도 농민들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정부가 여태까지는 작물변경을 권유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고려, 이미 사업이 착수돼 벼재배가 어려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해주기로 했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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