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자체 갈등의 “신호탄”/“적법”을 시민단체반대로 번복/다른 국책사업에도 영향우려영광원전 5, 6호기 건설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이 허가 8일만에 허가관청인 영광군에 의해 취소된 것은 과거 관선단체장시대에선 상상 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실시로 자치단체의 권한과 입김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원자력 뿐만 아니라 다른 국책사업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남 영광군은 지난해 11월 영광원자력 발전소 5, 6호기 건설 계획에 따라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등 총부지 45만㎡, 건축면적 16만㎡에 발전소 기계설비와 사무실등 17개 동에 대한 건축허가신청을 받아 지난달 22일 승인했다.
그러나 원전건축허가 사실이 알려지자 「영광핵발전소 추방협의회」등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지난달 25일부터 3일간 군수실을 점거, 『방사능 오염사례등 환경보호와 안전에 대한 정부부처의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5, 6호기 추가 건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즉각 취소를 요구했다.
주민등 150여명은 지난달 30일 새정치국민회의 당사등에서 원전건설 반대 및 건축허가 승인취소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하오에는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경실련과 환경운동연합등 시민단체 주최로 「영광원전 5, 6호기 건설사업의 환경영향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 영광군에 취소 압력을 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영광원전 5, 6호기 건설에서 실질적인 온배수 저감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원전의 추가건설은 재고돼야 한다』며 『한전이 여수수산대에 의뢰한 영광 원전 1, 2호기의 어민피해 조사보고서를 공포하라』고 촉구하며 원전추가 건설 반대를 주장했다.
이처럼 주민반발이 거세지자 영광군은 30일 급기야 『건축허가와 관련해 주민 및 반핵단체등이 군수실 및 군청에 몰려와 집단 농성을 하는등 건축행정 집행이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군정수행상 불가피하게 건축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봉열영광군수는 지난해 6·27 지자체선거에서 영광원전 5, 6호기 건축불허를 선거공약으로 당선된 인물. 그럼에도 그는 한전측이 제출한 원전건축허가신청이 적법했기 때문에 이를 허가했었는데 주민들이 반대가 거세지자 자신이 내린 결정을 스스로 번복한 것이다.
김군수는 선거공천과정에서 민주당지구당 위원장을 통해 당사 신축부지 200평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6월10일 구속돼 옥중당선됐으며 같은 해 보석으로 풀려나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2심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한전측은 『원전 5, 6호기 건축물에 대한 허가가 취소됐다해서 원전건설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으며 조만간 과학기술처에서 부지사용승인등 원전건설 허가가 나오면 건축허가 취소에 따른 행정소송제기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영광원전 건축허가 취소사태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갈등을 표면화시킨 신호탄으로 앞으로 한전측의 법적대응과 그 결과가 주목된다.<영광=김종구기자>영광=김종구기자>
◎영광 5·6호기란/200만㎾용량 「북경수로」와 동일모델/시공비만 5,500억원 초대형프로젝트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제동이 걸린 영광 원자력발전소 5, 6호기는 발전용량 200만㎾, 주기기를 제외한 시공비만 5,5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06년까지 총 19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정부의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추진된 영광 원전 5, 6호기 사업은 대북 경수로제공용과 같은 모델이어서 사업자 선정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었다.
이같은 중요성 때문에 발주자인 한국전력측은 지난해 7월 입찰 당시 사업자자격으로 ▲20만㎾급 발전소 시공경험 ▲미국기계학회(ASME)의 인증취득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고 삼성건설 현대건설 (주)대우건설부문 대림산업 동아건설등 국내 「빅 5」건설업체가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시공업체는 결국 현대―대림 컨소시엄으로 결정됐고 주기기는 한국중공업, 플랜트종합설계는 한전기술(주)이 맡았다. 주기기설계 및 제작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등 외국회사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 원전은 당초 작년 12월 착공을 전제로 5호기는 2001년, 6호기는 2002년에 각각 완공될 예정이었다. 원전건설의 가장 중요한 사전절차인 환경영향평가도 이미 끝났고 현재로선 과기처의 부지사전승인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영광원전 5, 6호기를 지을 수 없게 될 경우 우선 2000년대초 전력수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02년 전력공급능력을 5,700만㎾로 책정하고 있어 영광원전 5, 6호기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공급량의 3.5% 가량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광 5, 6호기 착공제동사태의 더 큰 파장은 국책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전례를 남김으로써 앞으로 남은 15기의 원전건설에도 상당한 장애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는데 있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한전대책/재신청뒤 불허땐 법적대응/중장기 전력수급 막대차질/추가계획 15곳 등 “파급차단”
한국전력은 원전건설을 반대하는 영광군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한전의 정면대응방안은 현재 진행중인 과학기술처의 입지사전심의가 끝나는대로 재차 영광군에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영광군이 또다시 허가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것이다.
한전이 이 문제를 강경하게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다. 영광 5, 6호기를 계획대로 건설하지 못할 경우 국내 전력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현재 계획중인 추가 원전건설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영광 5, 6호기공사는 2002년까지 연차적으로 100만㎾급 2기를 건설하는 중장기 전력수급계획의 하나다. 이 공사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는 2002년 국내 전력예비율은 12.9%대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사가 차질을 빚게 되면 예비율은 4∼5%대로 떨어져 한여름철 제한송전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전이 계획하고 있는 중장기 전력수급계획에서 영광 5,6호기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영광군민의 반발에 부닥쳐 5, 6호기를 제때 착공·완공하지 못할 경우 고리 월성 울진 등 현재 계획중인 15개 원전공사는 물론 건설에 들어간 7개 원전건설사업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팽배해 있는 「내집 마당에는 안된다」는 님비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게 한전의 판단이다. 영광 5, 6호기는 물론 예정돼 있는 원전건설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면 원전을 중심으로 짜놓은 한전의 전력수급계획은 전면 수정돼야 할 형편이다.
한전은 따라서 이번 영광군의 반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영광 5, 6호기를 건설하기 위해 입지작업도 모두 마친 상태다. 관련기기의 발주도 대부분 끝났다. 이미 건축허가를 내준 영광군이 허가 반려만 하지 않았으면 과학기술처의 입지사전심의만 남았었다. 금명간 마무리될 과기처의 심의가 끝나는대로 군에 다시 허가 신청을 내겠다. 영광군이 다시 이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갈 경우 승소가능성은 100%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로 군 행정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영광군의 허가 반려사유는 관련규정상 반대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전관계자는 『건축법상 반핵단체와 주민의 집단민원 등을 이유로 이미 내준 건축허가를 다시 취소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그러나 행정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영광 5, 6호기의 정상적인 건설에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군의 완강한 반대가 있을 경우 행정소송의 기일이 길어 계획한 영광 원전의 2002년 완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따라서 영광군민들과 보상금 지급등의 방법으로 이른 시일내에 합의, 영광 5, 6호기를 정상 착공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또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와 함께 본격화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님비현상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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