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삼표」 「곰표」 등 우리말 주류/80년대 수입자유화후 영·불·이어 유행/92년 한·러수교이후엔 러시아풍이 인기/최근 우리말 상표 재등장 반복성 보여줘「안토노비치」(ANTONOVICH). 의미는 모르지만 러시아어 냄새가 난다. (주)진도에서 남성용 무스탕재킷에 사용하는 상표로, 한·러 수교가 없었다면 태어나기 어려운 상표다. 이처럼 유행을 타는 상표는 바로 그 시대의 바로미터다. 95년말 현재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는 모두 33만2,000여건. 해마다 7만여건이 출원되며 세태를 반영한 새 얼굴의 상품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60,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말 상표가 대부분이었다. 「삼표」연탄, 「기차」표신발, 「곰표」밀가루등이 실례다. 그러다가 미국상품이 수입되면서 외국어 상표가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75년 시작된 국어순화운동의 여파로 수출품을 제외하곤 등록조차 안됐다. 외국어상표를 쓰려면 반드시 한글을 병기해야 했다.
이 방침이 바뀐 것은 87년께. 86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수입자유화가 급진전되면서 외국상품이 속속 상륙, 이들과의 경쟁을 위해 국내기업도 외국어상표를 쓰기 시작했다. 「이랜드」 「럭키」 「바카스」 「프로스펙스」등 영어상표가 선두에 나섰다. 또 「이브생로랑」 「루이뷔똥」 「크리스찬 디올」등 프랑스 상표들이 고급수요자들에게 알려지자 「드봉」 「아르보아」 「르까프」등 프랑스풍의 상표도 등장했다. 물론 프랑스어로 「나의 친구」라는 뜻의 「모나미」처럼 오래전부터 사용된 것도 있다.
해외여행자유화조치로 「니노세루치」(NINO CERRUTI) 「휠라」(FILA) 「디아도라」(DIADORA)등 이탈리아의 유명상표들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마르시아노」 「벨포르모」등 이탈리아풍 상표가 뒤를 따랐다. 92년 러시아 수교이후 「페치카」 「메치니코프」 「볼쇼이」등의 러시아풍 상표가 선보였고, 홍콩영화가 인기를 끌자 「안전지대」등 영화제목같은 상표도 눈에 띄고 있다. 반면 일본어풍 상표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은 국민정서와 무관치 않은듯 하다. 최근에는 「김장독」 「왕발이」등 우리말 상표가 재등장, 상표도 패션처럼 반복성을 보여주고 있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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