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역부·택시기사 “눈물의 이력”/가족생활비에 동생학비까지 대며 4전5기/공사장서 합격소식듣고 “홀어머님께 감사”5수의 막노동꾼이 서울대 인문계에 수석합격했다. 장승수씨(25·대구 경신고90년졸·대구 동구 불로동 1107의82)는 합격자 발표일인 30일 상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건설공사 현장에서 동료 인부들의 축하를 받았다. 한겨울 찬바람에 얼굴은 상했지만 깊게 눌러쓴 안전모 아래 꽉다문 입술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한 젊은이의 인간승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법학과에 지원, 총점 9백3·87점(수능1백83·7점)으로 영예를 차지한 그의 현재 직업은 공사장 인부. 6년전 고교졸업 이후 지금까지 그가 헤쳐간 직업은 수없이 많다. 식당 물수건 배달에서부터 가스통 배달, 신문 배달을 거쳐 도로공사장에 경계석을 놓는 잡역부, 택시운전사등 서울대 수석합격자의 과거는 땀과 눈물로 얼룩진 이력서였다.
81년 아버지를 여읜 장씨는 어머니 이계생씨(51)가 양말공장과 염색공장을 나가며 틈틈이 삯바느질과 행상으로 자신과 동생 승대씨(23·고려대 경제학과 3)의 학비와 생계를 도맡게 되자 고교를 졸업하던 90년 첫해에는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그가 국민학교 4학년때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
장씨는 가족의 생활비와 자신의 학원비, 동생의 학비를 동시에 벌어야 했다.그렇지만 고달픈 삶의 현장 속에서도 그는 책을 놓지 않았다. 91학년도 입시부터 고려대를 시작으로 대학문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94학년도까지 4번 연속 고배를 마셨다. 서울대 법대에만 3차례 낙방했다.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94년 본격적인 입시 준비를 위해 95학년도 입시를 포기하고 한해동안 아파트건설공사장에서 땀을 흘렸다. 7백만원을 벌었다. 이중 동생 승대씨의 하숙비와 집생활비로 5백만원을 주고 남은돈 2백만원으로 대구의 입시학원에 등록했다. 상오 6시에 집을 나가 자정이 되어 돌아오는 각고의 1년이었다.
졸업당시 고교 내신성적이 5등급이었던 장씨는 올해에 수능성적 1백83·7점을 얻었다. 졸업 5년이 지나 수능성적으로 내신을 산출하게 돼 1등급이 됐다.
장씨는 『막노동판을 견딘 의지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주사회에서는 법과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에 법대를 지원했다』며 『그동안 뒷바라지 해준 어머님께 감사할 뿐』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노동을 계속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학비를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아들과 함께 1천만원 짜리 전셋집에서 살아온 어머니 이씨는 『아들 둘이 모두 훌륭히 성장해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없다』며 『고깃국 한번 제대로 끓여주지 못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모교인 경신고 재단은 장씨의 입학금과 졸업때까지의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키로 했다.<대구=정광진기자>대구=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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