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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의 엄마,브라이언의 엄마(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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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의 엄마,브라이언의 엄마(장명수 칼럼)

입력
1996.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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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성덕 바우만이라는 미국의 공군사관생도가 백혈병에 걸려 한국의 생모를 찾는다는 소식이 우리의 가슴을 때리고 있다. 세살때 미국으로 입양된 그가 생모를 찾는 것은 혈육에 대한 그리움 이전에 목숨을 구해달라는 애타는 절규다. 친부모나 친형제를 찾을 경우 백혈병 치료에 필요한 동일한 유전자의 골수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77년 입양 기록에 따르면 그의 생모 이름은 신금수, 경북출신으로 22세때 유부남 김씨와 사귀다가 아들을 낳았고, 결혼하려고 아들을 포기했다. 그는 지금 46세로 남편과 아이들이 있을 것이며, 가족은 그의 과거를 모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미네소타에 살고 있는 양부모는 자기 아이들이 셋이나 있는데도 한국 소년을 입양하여 정성껏 키웠고, 그 아들이 백혈병에 걸리자 집과 은퇴연금등을 모두 내놓아 아들의 치료에 나서고 있다. 보조간호사로 일한다는 양모는 TV 특집프로에서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아들을 위해 기도하며 울고, 생모가 빨리 나타나 아들에게 필요한 골수를 얻게 해달라고 호소하며 울었다.

그들 두 엄마의 차이는 어디서 올까. 세계에서 따라갈 엄마가 드물거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엄마들의 헌신적인 모성애, 그러나 한국의 생모가 미국의 양모 못지않게 그 아들을 사랑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19년전 버린 아들이 자신을 애타게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도 생모는 과연 나타날까.

『그 분도 나를 보낸후 고통스러웠을 거예요. 나는 어떻게든 그를 찾아서 내가 이렇게 자란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성덕 브라이언은 생모에 대해서 말했다. 『부모님께 늘 하고 싶으면서도 아직 못한 말은 고맙다는 말이에요. 나를 입양해 주신 것, 사랑하고 가르치고 항상 힘과 용기를 주신 것, 그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라고 그는 또 양부모에 대해 말했다.

우리가 버렸던 세살짜리 아이, 파란눈의 양부모가 무서워 발버둥치며 울었던 아이, 그에게 속죄라도 하듯이 한국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줄을 지어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생모는 끝내 안 나타날지도 모른다. 미혼모에게 돌을 던지는 사회, 여자의 과거에 이처럼 혹독한 사회에서 그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성덕엄마와 브라이언 엄마의 차이는 두나라 문화의 차이다. 지난 20년동안 남몰래 울었을 성덕엄마는 아들 소식에 지금도 울고 있을지 모른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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