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의 국정방향이 경제활력의 유지와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모양이다. 두가지 목표가 모두 달성된다면 국민에게나 집권정부에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안이 아직 제시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현정부의 인력정책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을 기대한다. 경제와 복지를 함께 향상시키기 위한 최대 관건은 생산자 및 생활인으로서의 모든 노동자들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없다. 그런데 최근 한국경제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산업전반에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는 오히려 유능하고 숙련된 인력의 구직난, 실업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경영혁신의 차원에서 조기퇴직제가 확산되는 등의 변화가 일자 비교적 안정된 고용조건을 가졌던 중년기의 고학력 관리직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직장을 잃고 방황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단 이들 관리직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 기능직 생산노동자들의 경우도 자의든 타의든 직업수명이 지나치게 짧은 것이 심각한 문제다. 20대에서 30대초반 정도까지 생산직 노동을 하다가 겨우 완숙기 숙련노동자가 될 만한 시기에 이들의 대부분은 상업 등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이처럼 모든 종류의 노동자가 실질적 직업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것은 기업이나 노동자들의 의사와는 별도로 한국경제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구에서 2,3백년이 걸린 경제발전을 불과 20,30년에 소화해내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작업기능이 자동적으로 빨리 노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 산업에서 인력이 부족하고 동남아 인력까지 편법수입하는 현실에서 각 분야의 유능한 숙련노동자들이 젊은 나이에 이직·실직하거나 비생산적 부문으로 이탈하는 추세는 경제발전과 국민복지향상에 대한 심각한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 정부는 그동안의 인력의 양적 수급에 주로 매달려 온 인력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여 인력의 질적 배양, 관리, 재적응을 종합적이고 획기적으로 촉진시키는 대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인력정책은 노동자 중심의 기조를 확립하여 고용조건을 안정화시키고 산업구조전환에 대한 노동자의 적응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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