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감독으로 활동 3∼4명도 곧 데뷔 할듯여감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감독으로 현장감각을 익혀온 새 얼굴들이 하나 둘씩 데뷔작을 만든다. 한국영화계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여감독의 존재를 증명해 보일 주인공들은 임순례(36) 김은주씨(31).
임감독은 2월부터 「세 친구」촬영에 들어가며, 김감독 역시 데뷔작으로 「주먹 센 여자」를 준비중이다. 이전의 여감독으로는 84년 「수렁에서 건진 내딸」로 데뷔한 이미례감독이 있었으나 이후 만든「학창보고서」「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야」등이 기대에 못미쳐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상태. 두사람의 데뷔는 한동안 끊어진 여감독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임감독은 「세상 밖으로」(감독 여균동)를 함께 만든 조감독 출신이다. 94년에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우중산책」으로 대상을 차지, 연출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의 관심은 제도나 환경에 의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소외된 사람들. 임감독은 이들이 20세기말의 서울이란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여성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세상바라보기로 담담하게 묘사하기를 좋아한다.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세 친구」는 대학입시에 실패한 20세 남자친구 세 명의 이야기이다. 만화가 지망생인 무소속과 부모 몰래 미용기술을 배우는 섬세, 이성에 대한 욕구를 비디오보기로 대신하는 삼겹이 신체검사 통보를 받고 군대에 가기싫어서 벌이는 자해소동과 체중늘리기, 군복무 면제 후 황폐해지는 모습등을 담는다.
『사건위주가 아니라 스케치하듯 젊은이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담아 보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나는 여자세계를 주로 다루는 여감독이기보다는 독립적인 자세에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한 신인감독』이라고 강조한다.「세 친구」의 주연은 공모를 통해 선발될 신인들이 맡을 예정이다.
영화아카데미 출신인 김은주감독은 「그대안의 블루」(92년)의 조감독,「개같은 날의 오후」의 기획을 맡았었다. 첫작품으로 선택한 「주먹 센 여자」는 페미니즘 색채가 배어 있는 영화. 터프한 20대 여자와 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여자의 관계를 통해 자아발견의 소중함을 전달한다.
6월부터 본격 제작에 들어갈 김감독은 『과거보다 여감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것들을 영화로 표현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데뷔는 여성 조감독으로 활동중인 지혜숙 김강숙씨등 다른 3∼4명에게도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이대현기자>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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