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촌산부시)는 지난 11일까지 일본총리였다. 현재는 사회당을 개명한 사회민주당의 위원장이다. 그가 일본의 대북한창구로 94년이래 유명무실해진 「조일우호촉진의원연맹」회장 및 방북대표단의 단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불과 17일전까지 총리였던 그가 회장에 취임하는 것은 모양새도 그렇고 한일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없다.하시모토(교본)정권이 탄생할 때부터 대북 접근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일본의 빠른 발걸음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미 연립여당 제3당인 신당 사키가케의 도모토(당본효자) 참의원 의원이 전령으로 북한을 다녀왔다. 그가 북한측의 쌀추가지원 요청, 국교정상화 교섭재개 희망등을 일본정부에 전한 뒤 연립여당 제1당인 자민당을 중심으로 그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그 첫 신호가 2월에 연립여당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를위해 그동안 활동이 멈춘 조일의원연맹을 되살려 회장 및 방북대표단 단장에 무라야마위원장을 추대해야 한다는 것이 자민당등의 표면적인 명분이다. 이속엔 미국의 평양연락사무소 개설을 바로 뒤따르려는 노림이 숨어 있다.
일본정부는 정당의 문제라고 발뺌할지 모르지만 무라야마 위원장의 회장 및 단장취임은 일본의 대외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무라야마 위원장은 총리시절 일본의 대북한 접근은 항상 한국과 협의하고 남북한대화의 진전에 발을 맞추겠다는 뜻을 기회있을 때마다 표명해 왔다.
그동안 일본의 대북한 접촉은 정당이 정부를 대신해 왔다. 과거엔 사회당이 파이프역할을 했고 지금은 자민당의 가토(가등굉일) 간사장등이 앞장서고 있다. 이번 대북접촉 시도도 마찬가지인데 이같은 일본연립여당의 움직임은 지난해 3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계약시한을 앞두고 이뤄진 방북단처럼 미묘한 시점에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미·일 3국은 대북쌀지원문제등을 둘러싸고 입장이 미묘해 남북한관계는 어느때보다 경직돼 있다. 이러한 때 전총리를 앞세운 연립여당의 대북한 접근시도는 한반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그 파장이 우려된다. 한국정부가 자제를 요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민당은 대북한 수교가 일본대외정책의 과제로 이의 성공은 다가오는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판단이겠지만 일본의 돌출행동은 자칫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정을 해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라야마 위원장도 대북수교의 주역으로 활약함으로써 고사직전의 당을 살릴 수 있다고 기대하겠지만 그의 행보가 한반도정세에 미칠 영향등을 총리시절로 돌아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정략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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